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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abucks 알바벅스, 시급인생 알바경험 공유

월수금에는 청소알바를 하고 출근합니다.

by 델몬트고모 2023.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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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2분, 청소알바를 끝내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길. 다리를 건너며 청계천이 이렇게 물이 깨끗하고 맑았나 싶었습니다. 하늘도 맑고 날도 따뜻합니다. 코트의 단추를 풀었습니다. 단추를 풀었음에도 코트가 덥게 느껴져 결국에는 잠시 벗었습니다. 40분의 쉼 없는 육체 노동 탓도 있겠지만 따뜻해진 날씨를 생각하지 않고 옷을 입은 탓도 있습니다.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하는 포장알바의 사무실도 춥고, 낮에 일하는 사무실도 춥다 보니 학습이 된 것 같습니다. 춥게 입으면 답이 없으니까요. 덥게 입으면 입었던 옷을 벗으면 되지만 반대의 상황에서는 몸이 고생할 뿐입니다. 지난 달 갑자기 영하권으로 온도가 떨어졌던 어느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걷기 행사 안전관리요원으로 알바를 하며 뼈저리게 기억합니다. 춥게 입으면 개고생이다라고요.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세찬 바람 맞으며 행사장 세팅하고 걷기 행사 동선 안내, 다시 행사장 정리. 너무 추워 도망가고 싶었지만, 행사 주최 업체에서 준 핫팩을 몸 여기저기에 넣고 토스트와 아메리카노를 먹으며 버텼습니다. 오로지 돈 생각만 하면서요. 일주일 후 8만 원이 입금되었고, 잘 버텼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때 얻은 교훈은 겨울에는 실외 행사 알바는 하지 말자, 시급이 높아서 한다면 반드시! 기필코! 꼭! 따뜻하게 입고 가자. 과하다 싶을 정도로 따뜻하게 입자입니다. 더우면 옷을 벗으면 되지만, 춥게 입으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뭐든 껴입고 싶게 되니까요.

 

그날 이후, 주말에는 쉬고 있습니다. 주말 알바를 아예 찾지 않은 것은 아니나 면접을 보고 제안을 받았음에도 가지 않은 일자리도 있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청소 알바였는데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꽤 규모가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 3시까지 50만 원. 괜찮다 생각했지만 직접 사장을 만나고 보니 아니다 싶었습니다. 우선 사장의 요구사항이 많았고, 혼자가 아닌 2인 1조라 같이 일하는 사람과의 호흡, 계단이 많은 건물이라는 점이 싫었습니다. 

 

주말에 쉬니 평일에 알바 2개를 하고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오후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생활잡화 포장알바를, 월수금에는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치과 청소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 상대하지 않고 내가 맡은 일만 열심히 하는 되는 일이라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새벽까지 일하고 다시 새벽에 일어나 몸을 움직여야 하고 잠을 줄여야 해서 힘들지만, 사람과 말 섞지 않아도 되고 집중해서 하니 시간이 잘 간다는 점이 좋습니다. 몸은 고달프지만 마음은 편합니다.

 

치과 청소알바를 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청소업체에 위탁해 관리를 하다가 원장님이 이런 방식이 싫어 직접 채용을 했습니다. 저로서는 이점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몇 번 청소알바를 알아보면서 채용과 관리를 위탁하는 업체 때문에(면접 일정 조율 불가하다거나 경력 없어 교육이 필요하다, 2인 1조 등) 결국에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병원 규모가 매우 작아 혼자서 일해도 충분한 점, 병원이 문을 여는 오전 10시 전에는 자유롭게 청소를 마치기만 하면 된다는 점(가능하면 오전 9시 30분 전까지), 평일 직장과 근거리(걸어서 20분 ~ 30분)라 출근 전에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월수금에만 일해서 아쉽지만, 주말에는 일하지 않으니 이 또한 장점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한달 일하고 35만 원. 

 

직접 청소를 해보니 1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첫날만 1시간 걸렸을 뿐, 동선 익히고 규모가 작은 병원이라 쓰레기도 적고 치울 것도 많지 않습니다. 40분이면 충분합니다. 새벽 2시 포장알바 끝내고 집에 돌아와 4시쯤 잠들어 6시 30분까지 자고 씻고 다시 나와서 일하는 것이 고단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큰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나 노동력 투입 대비 만족할만한 급여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출근 전에 뭔가를 하고, 이걸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제게는 위로가 됩니다. 35만 원으로 뭘 크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소득이 늘어나니 그만큼 안심이 되니까요.

 

일을 마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길에 만나는 풍경들도 제게 위로가 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청소알바를 하러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청계천의 물이 얼마나 맑은지 몰랐겠죠. 

 

일터로 돌아가는 길에 본 전광판의 까르띠에 광고가 다시 착잡하게 하지만(사고 싶지만 살 수 없는 나의 현실을 생각하니) 일을 통해 저는 위로받습니다. 

 

 

청계천은 맑고, 전광판의 까르띠에는 아득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