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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abucks 알바벅스, 시급인생 알바경험 공유

당근알바, 간만에 몸을 쓰고 돈을 벌었다

by 델몬트고모 2024.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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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에서 24년으로 넘어 가던, 12월 31일에서 1월 1일, 날이 바뀌고 해가 바뀌던 그 날. 김포 어느 촌구석 물류창고의 냉동고에서 추위와 싸우며 일했다. 욕이 쉼없이 나올 정도로 최강 난이도의 일이었다. 상온 파트를 지원했고 김포 어느 촌구석으로 향하는 셔틀버스에서 오르자 저온파트에서 일하라는 전화. 그 전화를 받고 내리지 않음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왜냐하면 상온이든 저온이든 결국에는 냉동고로 사람을 물건처럼 넣어버리고 일 시켜 버리는 양아치였기 때문이었다. 마켓컬리. 회원가입 이벤트로 한 번 이용해봤고 내 삶의 수준이나 생활방식과는 맞지 않아 지워버린 마켓컬리 어플. 나에게는 쿠팡과 함께 그저 하루 일당 벌 수 있는 일터 중 하나. 쿠팡은 이미 해봤고, 집근처까지 셔틀이 와도 2시간이나 걸리는 물류센터 배정으로 몇 번 하고 말았다. 반품, 허브, 피킹패킹 파트에서 일해봤고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시간을 두고 생각하니 견딜만했다 싶다. 그러나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마켓 컬리를 가봤다. 

 

집근처까지 셔틀이 왔고, 1시간내에 도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물류센터였다. 배고픔보다 추위가 더 싫었기에 저온과 냉동고에 비해 일당이 적어도 상온파트를 지원했다. 알바몬을 통해 문자지원을 하니 문자로 답변이 왔다. 12월 31일 오후에서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새해라고 별다를 것이 없고, 집에 있어봤자 괜히 마음만 심란할 것 같아 몸을 쓰는 일을 하자 싶었기 때문이다. 몸이 힘들면 생각이 없어지고 마음 쓸 일이 덜 하다. 그래서 마켓컬리 물류센터로 일하러 갔다. 새해를 앞두고.

 

이런 나의 계획은 성공이었다. 다만 몸과 마음이 상했을 뿐. 일당 알바라고 장갑 하나 주는 것도 인색한 직원의 갑질. 직원이나 알바나 어차피 시키는 일 하고, 물류센터에서 몸 쓰는 일 하는 같은 처지면서 장갑은 직원만 주는 것이라는 개소리. 추워서 핫팩이 보이길래 핫팩 좀 달라고 했더니 그것도 직원만 주는 거라길래. 그럼 일 안하고 가겠다고 했다. 그 돼지같이 생긴 직원의 개소리에, 걸어서라도 집에 가야지 싶을 정도로 화가 났기 때문이다. 결국 핫팩 하나 받았고, 그걸로도 부족해 일하는 내내 외투를 입고 일했다.

 

상온을 지원했음에도 저온파트에서 일했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쌀포대와 과일상자를 나르고 포장했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치만큼 생각하기 마련이다. 나의 마켓컬리 경험은 미역국 1봉지, 커피음료 몇 개, 조각케익 1개였기 때문에 가벼울 줄 알았다. 내가 몸을 쓰고 돈을 벌어갈 물건들이 딱 그 수준인 줄 알았으니 10킬로그램 넘는 쌀 포대와 두 팔 가득 안아야 하는 과일상자...도망가고 싶었지만, 도망가야 하나 고민하며 일하다 보니 오후 6시가 넘었고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평소에는 절대 먹지도 않을 김치 한강국(무슨 국이 건더기는 없고 물만 잔뜩 넣고 김치냄새만 나게 끓였나 싶어서)을 먹으며 추위를 녹였다. 대충 밥 먹고 다시 쌀포대와 과일상자를 나르고 힘겹게 나르고 있는데 갑자기 또 어디론가 보낸다. 냉동고다. 인솔자에게 냉동파트에 지원한 적 없고 할 수 없다고 하니, 여기서부터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 안 가면 돈 받을 수 없고, 셔틀도 어차피 새벽에 운행되는데 어떻게 할래... 양아치보다 못한 회사라 생각하며 일당까지 포기할 수는 없기에, 가보지 않은 시베리아를 느끼며, 그렇게 욕하며 일했다. 새해에 다들 떡국을 먹겠다는 의지의 한국인들이 이리도 많은 것인가 싶었다. 떡에 넣을 고기에, 만두에, 각종 냉동 품목들...벽돌만큼 무겁고 딱딱했다. 그렇게 몸을 쓰는데도 추위가 가시지 않는 근무환경. 쉼없이 사람을 이리 보냈다 저리 보냈다 하며 잔소리....그래도 버텼고 퇴근 시각 새벽 1시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집에 갈 수 없었다. 추가 근무 1시간을 선택하라며 셔틀은 결국 추가 근무 시간이 종료되는 새벽 2시가 지나서야 출발했다. 

 

이 일련의 개같은, 양아치 보다 못한 마켓컬리 물류센터의 경험으로 몸 쓰는 일은 하지 말자, 서울 밖의 일은 하지 말자(대중교통을 이용해 도망갈 수 없는 거리와 지역)그리고 마켓컬리는 절대 이용 하지 말자 결심했다. 그 결심은 현재 지켜지고 있고 유효하다. 유효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후 주말 알바와 평일 저녁 직장을 구했고,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서 했던 주말 알바는 입주민의 잔소리와 평일 직원들의 갑질로 2주전에 관뒀다. 관두기 전에 다른 일을 구했고 시급도 더 높다. 그러나 당분간 그 일은 토요일만 하기에 일요일에만 할 수 있는 알바가 필요했다. 평일 저녁 직장에서 주말 저녁에도 일해달라고 해 사실 주말에도 할 일이 있으나 일이 시작되는 저녁까지 멍 때리고 있을 수는 없다. 쉬면 되겠지만 그 시간에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때이기 때문이다. 

 

평일 저녁 직장에서 만난 어느 누군가가 당근으로 알바를 구했다기에 나도 한 번 해봤다. 그리고 일요일만 할 수 있는, 그것도 집 근처에, 시급 12000원에 식대 10000원까지, 근무시간도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라 저녁 일에도 지장이 없다. 토요일, 저녁 일하러 가는 지하철 안에서 지원했고 지원하자마자 채팅으로 연락이 왔다. 내일 당장 할 수 있냐고. 잠시 망설였지만, 일당과 식대는 바로 지급한다는 말에 가능하다고 했다. 

 

빵과 과자 등 간식거리를 파는 가게. 기존에 일하던 직원이 있었고 나는 보조였다. 기존에 일하던 직원이 나보다 나이도 있고 사람 편하게 해주는 성격이라 부담없이 했다가, 나의 판매와 정리 본능(엄마의 슈퍼에서 시작되고 갈고 닦은) 이 발현되며 직원보다 열심히 하기에 이르자 사장은 계속 나와줄 수 있냐고 했다. 일요일만 가능하다고 하니 그렇게라도 해달라고 한다. 근무시간이 종료되는 4시가 되기 5분전 사장은 일당과 식대를 포함한 10만 6천 원을 주며 수고했다, 다음주 일요일에도 나와 달라고 했다. 궁금한 것은 문자로 나누기로 했다. 다시 저녁 일을 하기 위해 지하철에 올랐다. 하루종일 말하고 물건 정리했더니 목이 아프고 다리가 아프다. 다음주 일요일에도 또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사실 토요일 알바가 익숙해지면 일요일까지 하기로 했기에 하루 알바로 생각하고 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시간이 가지 않기에 쉼없이 몸을 움직여 물건을 정리하고 팔기 위해 손님에게 말 걸고 질문에 답하고, 돈을 버는 일은 역시나 몸과 마음이 쓰이기에 힘들다. 그러나 돈을 벌 수 있고, 일주일에 1번, 몸을 쓰고 땀 흘리는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지 않은가. 그런데 허리가 다시 아프다. 역시 몸은 참으로 정직하고 바로 반응한다. 돈 벌어 다시 병원비로 가는 일이라면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