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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평균값이 12000원! 냉면 혐오자라 다행이다.

by 델몬트고모 2024.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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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을 싫어한다. 나에게는 냉면이 그저 차가운 면과 차가운 육수일 뿐이다. 여름에도 따뜻한 라떼를 마시는, 몸이 차가운 체질이라 굳이 돈 내고 찬 음식을 찾지는 않는다. 단순히 싫어하는 음식, 안 먹는 음식인 냉면을 혐오하기에 이른 건 가격이다. 

 

'"냉면! 너가 뭐길래, 이리 비싸니! 맛도 없구만"

 

평양이니, 함흥이니 하며 파를 나눌 정도로 냉면에 환호 혹은 열광하는 이들에게는 내가 혐오스러울 것이다. 냉면의 맛과 가치를 평가 절하한 나로서는 그저 차가운 면과 차가운 육수이며, 영양적으로 그리 좋아 보이지도 않는데 만 원은 줘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니. 

 

누군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냉면성애자였던 그 분 때문에, 마포구 염리동 어느 골목 땡볕 아래에서 기다렸던 기억이 선명하다. 아니 기억이 아니라, 그 때의 기다림과 더위 짜증이 선명하다. 법카의 사용자이자 냉면성애자였던 그 분은 그 기다림을 즐겼지만 나는 쓰러질 것 같았다. 시간상으로는 30분이었지만 체감상으로는 30년 같았던 대기 끝에 허름하고 정신없는 가게에 입장했다. 그리고 내 앞에는 냉면이 놓여졌다. 배고파 돌아버릴 지경임에도 맛 없었다. 밍밍한 것이, 도대체 뭔 맛이지 모를 육수 한 모금 마시고 면은 들었다 놨다 몇 번 하니 끝났다. 냉면성애자의 먹방을 보며 속으로 쌍욕을 하며 나왔다. 그리고 그제야 가게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을미면옥. 절대 잊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죽어도 가지 않을 곳이기에.

 

그러나 내가 죽어도 가지 않을 곳으로, 절대 잊지 말자 다짐했던 그곳은 여름이면 냉면 맛집, 냉면의 전설로 자주 언론에 나왔다. 구정물 같은 육수와 사악한 가격, 불친절함에 왜 그리 열광하는지. 지금도 이해 불가다. 그러나 나만 이해 불가인지, 냉면의 인기와 가격은 주가 급등만큼 빠르게 상승했고 평균 가격이 12,000원에 이르게 됐다. 

 

1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대표 메뉴 가운데 냉면 평균 가격은 1만1692원. 이는 전년 동기(1만923원)와 전달(1만1538원) 대비 각각 약 7.0%, 1.3%씩 오른 수치다. 누들플레이션(면+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냉면답다. 

 

냉면 평균 가격, 12000원. 냉면혐오자는 그 돈으로 이마트에 가서 3500원의 녹차롤과 동네 과일가게에서 10개에 5000원 하는 미국산 만다린을 사겠다. 남든 돈 3500원 중 2000원으로는 로또를 사겠다. 그래도 1500원이 남는다. 

 

냉면성애자의 취향은 존중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쭉 나는 냉면혐오자로서 살 것이다. 월급 빼고 안 오르는 것이 없는 시대에 사는 냉면혐오자이자, 알바경험부자, N잡러는 누들플레이션에 면을 좋아하지 않는 나의 취향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