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슬기로운 주말생활, 일 그리고 법카의 행복

by 델몬트고모 2023. 6. 4.
728x90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지난주부터 주말과 휴일에 일을 하고 있습니다.

9 to 6, 걸어서 출퇴근, 단순 좌식근무. 그래서 지원했고   13명의 경쟁자를 뚫고 면접 자리에서 같이 일하자며 출근을 약속했습니다.

이 일을 구하기까지 온라인 교육업체 전화상담, 의류포장, 택배분류, 시험감독을 주말에 했습니다.

온라인 교육업체 전화상담은 교육 2시간 받은 내용과 달리 복잡하고 확인할 것이 너무 많아 첫 근무하는 날 관뒀습니다.

9 to 6, 집앞에 사무실 있는 초근접 거리, 일당 10만 원. 괜찮은 조건임에도 직접 해보니 전혀 괜찮지 않더군요. 퇴사예정자이자 선임자라는 인간이 아주 네거티브, 쌀쌀맞고 많이 안다고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겨낼 수 있죠. 저도 짬이 있으니.

그런데 전화를 저 보고 다 받게 하더군요. 교육 받은 내용과 달리,  복잡하고 담당자 확인만이 답인 질문들. 해외에서도 전화가 오고. 참고로 이 업체는 미국공인회계사 온라인 교육으로 꽤 이름이 있고 그걸로 돈 벌어 다른 사업까지 하는 곳입니다.


제게는 외계어 같은 교육 관련 용어, 이해가 안 되는게 당연한데 선임자는 옆에서 잔소리. 고객은 일본에 있다,  뉴욕이다 하며 빨리 해결해달라고 하고.

결국 당장 해결불가해 평일에 담당자 연락으로 일단락. 밥도 못 먹고 9시부터 2시까지 전화받고 내린 결론은 안한다. 선임자에게 말하니 놀래서, 본인이 심하게 한 걸 인정하는지 전화받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전화받은 문의 사항들이 본인도 3년 근무하며 처음 들어봤다, 보통은 한가하고 전화도 없다며 달래더군요. 이만한 주말 일자리 없다고 하길래 그럼 계속하세요 했습니다.

저는 선임자의 꼰대 갑질로 빈정 상한 것은 사실이지만 관두는 이유는 아닙니다. 견딘다고 해낼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아니라 중도 포기라도 안하는 게 맞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절 교육한 담당자에게 카톡으로 상황 설명하고 안하겠다고 하니 당황하데요. 왜 당황하죠?  2시간 교육하고 그 복잡하고 한번에 확인 안 되는 질문에 알아서 잘 대답하길 바랬다니 제가 당황스럽습니다. 업무 매뉴얼도 없어 회사 홈페이지 보고 답변하고 담당자인 자기도 몰라서 평일에 확인해야 한다면서.

관둔다고 톡하고 전화로 통화하며 지리멸렬한 과정 설명하고 집에 돌아오니 4시. 배고파서 흡입하듯 먹고 잠들다가 닥터차정숙 보고 다시 잠들었습니다.

포기해서 좋을 것은 없고 실패자처럼 느껴져 몇일 우울했지만 몸 쓰는 의류포장과 택배분류, 운동회 행사 스텝 , 이벤트 행사 철야작업을 하다 보니 한달이 훅 갔ㅂ니다.

몸 쓰는 일 하니 허리가 아프고 여기저기 아파 몸 쓰지않는 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은행 콜센터 주말휴일 분실상담원에 지원했고 합격했지만 교육 첫 날 1시간만에 관뒀습니다. 채용공고와 면접시에는 언급하지 않은 내용에 제 스스로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수 없다는 판단에요.

통화품질 기준이 너무 엄격하고 6개월 단위로 업무평가해 재계약한다는 말에 안 하고 돈도 안 벌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6년 이상 전화상담 해봐서 잘 압니다. 통화품질이라는 이름으로 녹취를 여러 사람이 듣고 평가해 순위 메기고. 질렸었요. 고객이 힘든게 아니라 저는 이런 콜센터의 업무방식에 질려서 관뒀는데 몸이 힘든 일 하나 정신줄 놓쳐, 했던 일 하자며 지원한 제 잘못이 첫번째. 다음은 채용공고와 면접시 말하지 않고 교육할 때 알려주고 넘어가려는 회사. 대부분은 중도포기시 교육비도 못 받고 아까워 그냥 하지만 전 아닙니다. 아닌거 빨리 관두고 다른 일 찾는게 맞다고 봅니다.

콜센터는 이제 구직활동에서 제외, 집 가까우면서 해가 떠 있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주말 휴일 일을 찾다가 결국 찾아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조건에 부합하고 점심 식사를 법카로 결제까지 해줍니다. 대부분 근무하는 곳이 낡고 오래된 건물이었는데 이곳은 신축 1년도 안 된 신상,  옥상정원까지 있어 근무환경도 좋습니다. 시급 13000원도 괜찮고 사람 귀한 줄 아는 회사 분위기도 좋습니다.

제가 좋으니 일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오래 일했으면 합니다.

벤티프레소의 혜자스러운 라떼, 갓 나온 오월의 종 무화과호밀빵. 오늘의 점심입니다. 따뜻한 라떼와 빵. 이보다 더 좋을수가 있을까요?  행복합니다. 내돈내산이 아닌 법카로,  회사에서 사줘 더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