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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by 델몬트고모 2023.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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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방인이다. 스스로가 그렇게 만든 것인지, 타인들에 의해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내가 현재 일터에서 느끼는 치사함과 단절은 자각하게 한다. 철저한 이방인이라는 것을.

대기업에서 파견직 직원으로서 느끼는 치사함은 아직 없다. 다만 정규직의 그들이 보낸 시간들을 나는 결코 공감할 수 없고, 그들의 중요하고 긴급한 업무에 나는 제외이다. 그래서 안심하면서도 씁쓸하다.

나는 먹는 것에 민감하다. 아니 먹는 것을 나누는 것에 예민하며 관련된 기억과 감정을 두고두고 안고 가며 결심에 이르고 그 결심은 나에게 믿음이 된다.

인내심 부족한 내가 이때만큼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 나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거나 나의 배고픔을 걱정한다면 나는 잊지않고 갚는다. 반대로 자기 혼자만 배부르고 그 어떤 먹거리도 나누지 않는 것도 절대로 잊지 않는다.

나는 주는만큼 하는 사람이다. 상대방이 내게 준만큼만 한다. 가족만 예외이다.

4개월에 접어든 저녁 일터, 여기에서 나는 먹는 것의 치사함에 치가 떨린다. 법인카드로 간식과 식사, 커피를 쉼없이 사면서 난 항상 예외다.

나보다 훨씬 어린 사람들이 그러니 참으로 치사하고 더럽다. 내 사비 들여 빵과 과자를 사서 몇 번 나누었음에도, 어린 너희들처럼 생각없고 치사하지 않음을 보여주었건만 참으로 한결같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하고 있다. 일부러 먹을 것을 일터로 가져와 눈에 띄게 먹고 있다.

오늘은 피자를 2판이나 시켜 먹는 그들. 냄새 한 번 고약하다. 이럴 줄 알고 샌드위치와 커피를 챙겨왔다. 10분이면 다 먹을 샌드위치를 2시간동안 나눠가며, 가능한 냄새가 오래 남도록 노력하며 먹고 있다. 앞으로도 저녁 식사는 이 치사한 일터에서 냄새 풍기며 하고자 한다. 너희의 치사함이 날 일깨운다. 이방인인 난 언제나 예외라는 걸.

앞으로는 먹지 않더라도 꼭 먹을 것을 가져와 책상 위에 올려두고 일할 것이다. 치사하고 어린 것들아~ 나도 먹을 것이 있단다. 법카 아니고 내 카드로 살 수 있다는ㅈ걸 보여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