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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역사

형제의 역사, 우리는 다르지만(미완성의 글)

by 델몬트고모 2023.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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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저와 동생은 친하지는 않았습니다. 동생에 대한 일방적인 저의 짝사랑이었습니다. 야구와 배구 등 스포츠를 좋아했던 동생은 취향이 비슷한 제 위의 언니, 즉 우리집 맡딸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고 사람의 관계도 변하죠. 핏줄을 나눈 사이, 형제여도 세상으로 나오면 남입니다. 요즘은 외동이가 많아 집밖에서 첫 사회관계를 시작한다면,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 가 사회기조였던 저와 형제의 어린 시절은 대부분 집안에서 사회관계를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핏줄을 나누었지만, 저마다 성향이 있으니까요.

 

특히,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너무 달랐던 우리 형제는 적대적이면서도 협력적 관계였습니다. 집 안에서는 둘이 편을 먹고 다른 한 명을 놀리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했는데, 그 다른 한 명이 저였습니다. 자매 관계의 언니와 저는 같은 집안 사람이라고 절대 보지 못할 정도로 안 닮았습니다. 외모와 성격 모두 반대입니다. 나이차도 15개월, 저는 절대 2년 차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고작 1년 하고 3개월 먼저 태어나서 엄청 어른인 척 하며 이것저것 많이 시켰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되고 고맙습니다. 부모님이 맞벌이 하셨고, 이기적인 성향의 할머니는 손자를 챙기는 대신 경로당과 시장에서 본인 생활을 즐기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생들 숙제 봐주고, 간식도 챙겨주고, 밥도 해줬으니 어른이었죠. 언니는 알아서 철이 들어, 부모 없는 집에 본인이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우두머리 행세를 한다고 당시에는 미워했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눈물이 납니다. 그때의 언니를 생각하면, 고작 1년 하고 3개월 먼저 태어난, 본인도 아이인데 부모 대신 챙겨줄 동생이 2명이나 있는데도 투정 없이 해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