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시간 때우기, 아니 시간 죽이기. 참으로 못나고 하고 싶지 않은데 일하는 시간 외엔 유튜브가 내 가족이고 친구다. 오늘도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떴다. 어제 안 먹고 잤다면 오전 5시에 일어나 한강까지 걷지 않았을까? 먹고 자면 확실히 잠은 잘 자지만 다음달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그러니 운동할 생각이 나겠는가?
어김없이 유튜브를 본다. 요즘은 올리버쌤의 체리와 마님파이브의 아이들 보는 재미로 산다. 아이 낳고 싶은 마음은 1도 없지만 아이는 좋다. 언니가 독일인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이루었고 혼혈 아이(다른 말로 표현할까 생각도 했지만 동양인과 서양인의 유전자가 만났으니 혼혈 아닌가 그걸 다시 뭐라고 하겠는가 그게 사실인데) 조카 때문에 이런 컨텐츠에 관심이 가고 내 조카 보듯이 사랑을 담아 보고 또 본다. 내 조카 보여주지 않는 핏줄 형제들 야속한 마음에 남의 집 아이들을 더 보는 것 같다.
남의 집 아이들 재롱 구경하니 다시 눈이 감기려는데 우연히 김미경 강사의 영상이 떴다. 새벽에 잠 안 올 때 이걸 해서 강사가 되고 버틸 수 있었다는 것 같아 한 번 봤다. 사실 김미경 강사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대단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학력 위조 사건도 있었고 나같은 독거 중년보다는 육아맘, 워킹맘, 싱글맘 등 엄마의 자기계발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아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본 영상은 달랐다.
대출을 받아 피아노 학원을 차렸을 때, 대출금 갚을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아 새벽마다 깼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에는 감정이입이 확 되었다. 왜냐하면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고 완제했지만 돌려줄 임대보증금과 폭망한 주식 등 돈과 관련된 문제로 고민이 있고 그래서 새벽에 깨어 잠 못 든 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미경 강사는 새벽에 깨어 편지를 썼다고 한다. 피아노 학원생의 부모님께 편지를 썼다고 한다. 그 결과 원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일이 잘 풀렸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강사로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제 면접을 봤다. 다시 하고 싶지 않은 밤일이지만,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하면서도 할 수 있고 집과 가까워서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다. 면접관은 밤을 지새우는 일인데 할 수 있냐, 일은 어렵지 않은데 밤을 지새우는 일이다보니 힘들어서 관두는 경우가 많다며 괜찮겠냐고 물었다. 나는 이렇게 답변했다.
"4년 이상 밤을 지새우고 아침에 퇴근하는 철야 근무를 했기에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일도 찾아보려 했지만 현재, 그리고 앞으로 제가 해결해야 할 일들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밤에도 일을 해야 합니다. 돈도 못 벌면서 밤에 깨어 있는 것보다는 돈을 벌면서 밤에 깨어 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지원했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아직 면접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안 된다면 몇일 또 방황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다음 단계를 생각해야 한다. 혹시 몰라, 안 될 경우를 생각해 비슷한 조건의 일을 찾아 지원했다.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며 좋은 조건의 몇몇 회사가 보인다. 좋은 조건이라 함은 급여와 근거리. 조건이 좋으면 뭐하겠는가? 그림의 떡이다. 객관적으로든, 주관적으로든 내가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은 아니다. 좋은 조건의 회사들은 보통 학력과 영어다. 여기에 관련 경력이 있다면 기대해볼 만하다. 그러나 내게는 그런게 없다.
영어, 매번 일자리를 알아볼 때마다 아쉽고 후회하게 하는 요인이다. 학력과 경력은 내 뜻대로 하기 어렵다만 영어는 다른 이야기라 생각한다. 영어 하나만 똑 소리 나게 해도 현재의 조건보다 훨씬 좋은 조건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포기했다.
노력하면 할 수 있는, 몇 가지 안 되는 나의 능력 중 하나가 언어다. 학원 안 다니고 혼자서 공부해서 국어와 영어는 수능 1등급이었다. 특히 영어는 발음이 좋아 칭찬도 많이 받았다. 미국에서 중학교 나오고 대학원도 다니신 거의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춘 독일 형부도 나의 영어 발음을 칭찬했다.
그러나 난 발전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퇴보해, 이제 영어가 걱정과 부담이 되었다. 이라크에 가서 일할 때 영어의 중요성을 알았음에도 나 자신을 과대평가해 공부하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영어를 잘하지는 않아도 한다고 생각해 '영어 가능한 알바'를 구하기도 했다. 알바 가서 나의 영어가 얼마나 허접하고 비루함을 알았음에도 외면했다. 영어 상담사라는 자리에 지원했다가 면접 전 영어 메일 작성 시험을 중도 포기하고 나오며 영어 때문에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한다는 걸 뼈속 깊이 느꼈다. 그러나 그냥 이대로 살자며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김미경 강사는 새벽에 학부모에게 편지를 쓰며 자신이 강사가 될지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새벽마다 편지를 쓰기 위해 학원생들을 면밀히 지켜보고(학부모에게 할 이야기가 뭐겠는가? 결국 아이의 부족한 점, 그래야 계속 학원에 다닐테니 얼마나 열심히 아이를 지켜봤겠는가) 마음을 움직일 글을 쓰기 위해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그런 노력들이 강사가 될 밑거름이 될지 당시에는 몰랐다고 한다.
알바라도 영어를 잘 하면 시급이 높아지고 일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지 않은 나. 여전히 영어 때문에 후회하고 있다. 늦었다. 그런데 더 이상 후회하고 싶지 않다. 영어로 뭘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영어 때문에 걱정하고 살고 싶지 않고, 영어 때문에 뭔가를 시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해도 해도 잊어버리는 영어 단어와 문장들.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 해도 해도 수없이 많이 하지 않았다. 적당히 했다. 그러니 영어 실력이 없는 것이다. 다시 해보자. 이제는 적당히 말고, 여러번 될 때까지.그래야 기회가 내게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하면, 또 과거의 나를 후회하고 현재의 나를 포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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