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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가치, 나의 가치

by 델몬트고모 2023.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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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에게는 회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고정 급여와 4대 보험이 날 지켜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름만 들으면 아는 회사라면 자존심도 지켜준다.

사랑과 보살핌으로 키워준 부모님, 영원한 내 편. 그러나 부모님은 이미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세월을 한참 보내셨기에 내 밥벌이가 시작되면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독립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삶의 고단함이 커질수록 부모님을 보살펴드려야 하는 시간들이 더 많아지고 그것을 때로는 부담스럽게 느끼기도 한다.

월급과 4대 보험으로 날 지켜주는 회사, 영원한 내 편은 아니다. 계약 관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만 내가 어른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한다.

 

주말 알바 가는 길, 집에서 일터까지 지하철로 1시간. 바로 가지 않고 중간에 어디든 내려 30분정도 주변을 배회한다. 잠깐이지만 동네 한바퀴의 김영철 아저씨 느낌 제대로 즐기다 간다. 일하러 가야 하기에 새로운 동네보다는 이전에 갔었던, 때로는 그리운 곳에 간다.

남대문 시장에서 신세계백화점 본점까지. 오늘의 동네 한바퀴. 한때는 내 방앗간 같던 곳이다. 참새의 방앗간. 남대문시장에서 옷을 떼다 팔기도 했고, 아동복 도매 시장에서 밤에 일도 했다. 무조건 5000원. 다국적 빈티지 옷들이 수레 가득. 나의 놀이터요, 내 패션관과 경제관의 집약체였던 곳.  2000원이었을 때, 옷무덤 속에서 버버리 셔츠와 폴로 니트를 찾아 생명을 얻었던 곳. 이제는 2배가 넘어 더 이상 매력이 없다. 세월이 흐른 만큼 나의 취향도 변하고 옷의 상태는 더 좋고 가격도 매력적인 온라인 빈티지 쇼핑몰을 알기 때문이다.

남대문시장 길 끝, 신세계백화점 본점. 서울 올라온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이곳에 들어갔다가 크게 놀라서 나왔다. 내가 접하지 못 한 명품과 놀라운 가격, 그래서 신세계인가 보다 하며 급히 나왔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와는 먼 세계, 여기 들어갔다가는 놀란 마음 진정하는데 상당 시간도 필요하고 일하러 가야 해 밖의 쇼원도만 구경했다.

롤렉스. 좋구나,  멋지구나, 얼마나 비쌀까, 난 언제 사보려나. 한숨 나온다.

 

롤렉스가 좋은 건, 그 가치는 손목에 차고 있으면 손목 주인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때문 아닐런지. 아쉽게도 세상은 사람의 내면과 마음을 모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그가 속한 회사, 조직에 의해 ,  나를 둘러싼 물건들에 의해 평가받는다. 그 평가에 의해 신뢰와 호감이 생긴다.

내 손목엔 아무것도 없고 어깨엔 에코백이 걸려있다. 날 지켜주는 것들이 내 몸에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대기업 사원증이 내 목에 걸리면 날 지켜준다. 나의 자존심을 지켜준다. 그것이 회사의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