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엄마뻘 되시는 이 분을 알게 된 것은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종류 불문, 출연자 불문, 드라마라면 다 좋아했던 나는 주말만을 기다렸다. 왜? '사랑이 뭐길래'를 보기 위해서. 진진하지 않고 심각하지 않고, 눈 가리고 엄마아빠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가족 코믹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그랬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당시에는 배우라면 당연히 이쁘고 잘생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내게 윤여정 배우님은 조금 충격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이쁘지 않은 얼굴로 배우를 하지?' 큰 눈과 고운 피부의 김혜자 배우님과 비교하니 더 못나 보였다. 미안하지만 윤여정 배우님의 너무 마른 몸과 거친 피부, 무엇보다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싫었다. 역할상 경제적으로 부유한 가정주부임에도 불구하고, 구두쇠 남편의 눈치 보며 사는 김혜자 배우님보다 빈티나 보였다.
윤여정 배우님에 대한 반감으로 그분이 TV에 나오면 채널을 바로 돌렸다. 그렇게 그분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배우로 자리잡았다.
세상은 변했고 나도 변했다. 그럼에도 윤여정 배우님은 내게 배우로서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른으로서,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존경하게 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고 세계적인 배우가 되서가 아니라, '살아남은 자'로서 존경하게 됐다.
세상이 달라졌지만, 그분이 결혼과 이혼했을 때의 세상은 사회적인 졸업, 은퇴였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에서 언급했던 두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대사 없는 드라마 단역부터 다시 시작했다. 결혼 전에는 첫 영화 '하녀'를 통해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드라마 '장희빈'의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가 마트 캐셔를 하며 남편의 유학생활을 도왔으나. 결혼은 남편(가수 조영남, 외모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삶의 방식도 그렇고 참으로 비호감)의 바람으로 처참하게 끝났다.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그때보다 더 유연한 사고와 가치가 적용되고 이혼이 더 이상 여성에게는 주홍글씨가 아닌 시대에 살고 있지만, 결혼도 해보지 않았지만, 나는 이겨내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녀는 살아남았고, 배우로서의 명성, 어른으로서의 존경, 노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잡지 '엘르'에 실린 그녀의 모습과 인터뷰는 다시 한 번, 존경을 표하게 만든다. 또한 나이들어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에 .
엘르 기사 원문: https://www.elle.co.kr/article/1865078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 나는 강한 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살아남고 싶다. 내 삶에 대한 책임을 다하며, 가족과 사회에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 찐어른이 되고 싶다.
나의 찐어른, 찐선배 윤여정 배우님의 어록을 남기며 글을 마친다.
"아쉽지 않고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딨어"
"배우는 돈이 급할 때 연기를 제일 잘한다"
“ 나 67살이 처음이야. 우리, 맨날 다 처음이잖아.”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데가 어딨어.”
“이미 하기로 했으니까 일단 하기로 한 일은 불평 없이 한다.”
“지금이 최고의 순간인지는 모르겠다.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나. 내가 오스카를 받았다고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니 살던 대로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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