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연. 나는 이 배우를 알았다. 돈 내고 본 영화는 아닌데, 한효주와 고수가 나왔던, 제목이 기억 안 난다. 그 영화에서 한효주 배우의 친구인지, 언니인지 이 또한 기억나지 않는다. 케이블에서 그 영화를 참으로 많이 보여줬음에도 난 단 한 번도 끝까지 보지 않았다. 뻔해서다. 배우도, 스토리도 뻔해서. 그런데 이 영화에서 뻔하지 않은 배우를 봤다. 진서연.
주인공인 한효주보다 진서연이 참으로 매력적으로 보였다. 길쭉길쭉한 팔다리에 보이쉬한 매력의 진서연. 몸도 얼굴도 참으로 부러운 존재였다. 그러나 당시에, 이 영화를 스쳐 지나가듯 봤을 때 이름을 기억한다거나 출연한 영화를 찾아보지는 않았다. 그냥 부러울 뿐이었다.
다시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된 건 영화 독전이었다. 당시에 조진웅 배우를 좋아하기도 했고(현재는 아닙니다) 홍콩 느와르 같아 극장을 찾아가서 봤다. 당시에 밤일을 하고 있어 오전 8시 퇴근해서 조조로 봤다.
지금도 재미있고 케이블에서 다시 보여줘도 매번 다시 보게 되는 영화 독전. 조진중 배우에 대한 기대로 봤지만 극장을 나올 때 머리속에 남은 건 진서연. 연기도 인상 깊었지만 그녀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만든 몸과 스타일. 이 영화를 찍기 전에도 그녀의 몸은 날씬했다. 그 날씬함 몸에서 지방을 싹 거둬내고 잔근육으로 채운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다.
이후 그녀는 늦깍이 스타, 충무로의 떠오르는 별이라며 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잘 나가는 듯 했다. 그런데 생각만큼, 그녀가 얻은 명성과 기대가 무색하게 후속작이 없었던 것 같다(있었는데 내가 안 봐서 모를 수도 있으니 추측).강렬했으나 오래 가지는 못했다.
그녀를 다른 작품에서, 혹은 광고에서 만나길 바랬는데 참으로 조용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나 하며 궁금한 때에 독일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혼과 출산, 육아. 상상못한 분야에서 그녀를 만났다. 영화 한 편으로 뜨고 마나 하며 걱정했는데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었던 것이다. 왜 배우에게도 개인적 삶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배우는 직업일 뿐인데.
요즘, 아니 최근에 그녀가 드라마나 광고, 예능에서 종종 보인다. 영화에서 봤던 모습과 많이 다르다. 말도 재미있게 잘 하고, 먹는 것도 잘 먹는다. 요리도 잘 한다. 영화에서 봤던 독한 모습은 운동할 때와 식단 조절할 때만 보인다. 삶을 즐기는게 보인다. 부럽다.
인터뷰를 통해서도 안 이야기지만 그녀는 긴 시간 무명을 보냈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정말로 열심히 했다고 한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오디션을 본 작품이 독전이었고 이게 안 되면 배우를 관둘 생각이었다고 한다. 참으로 대단하다. 끝을 내기 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해본다는 것이 쉽지 않다. 살면서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그렇게 모든 것을 걸 수 있을까. 그녀는 그렇게 했고 해냈다.
나는 사실 그녀의 연기력보다는 진서연이라는 한 여성으로서, 사람으로서 좋고 너무나 부럽다. 내게 없는 것이 그녀에게는 있기 때문에.
다음날 운동하기 싫을까봐 운동복을 입고 잔다는 이야기에는 놀람 보다는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왜냐하면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그녀와 다른 건, 운동복 입고 나는 숙면했다는 것. 이러니 삶이 다르지 않겠는가.
인생선배, 진서연 배우님. 닮을 수도 없고, 닮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한 사람으로서 치열함과 여유, 그리고 열심히 하는 꾸준함에 존경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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