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부터 시작된 식습관 개선 계획.
1번, 오전 8시부터 낮 12시까지 물만 마시기.
2번, 낮 12시부터 오후 8시에서 10시까지 먹되 빵과 커피는 먹지 않기.
3번, 마지막 식사 시각으로부터 12시간 금식, 가능하면 물도 마시지 않기.
3가지 원칙은 결국 밀가루와 커피 끊기, 그리고 12시간 공복을 유지해 지방을 연소해 살을 빼기 위함이다.
지난 4월부터 큰 병은 아니나 여기저기 잔병이 생겼고 병원 방문으로 이어졌다. 결국에는 호전되었지만 알레르기 반응과 붉은 반점, 모세혈관 터짐 등으로 먹는 것을 바꿔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연히 본 유튜브의 예방원 한약사분 말씀에 확실히 동기부여가 되었다.
3가지 원칙을 만들고 3일은 완벽하게 다 지켰다. 의지도 강했지만 회사 커피가 세상 어디에도 없을만큼 맛이 최악인 점이 큰 기여를 했다. 에스프레소부터 라떼, 카푸치노, 마키아또까지 다 어쩜 그리도 맛이 없는지. 공짜여도 땡기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빵과 과자도 땡기지 않아 힘들지 않게 빵과 커피를 먹지 않았다.
보통 밤 10시에 잠들어 오전 5시 45분에 일어나 씻고 지하철 타고 7시 40분쯤 회사 내 자리에 앉기까지는 출근이라는 숙제가 있기에 배고픔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문제는 내 자리에 앉고 업무가 시작되면 허기가 몰려온다는 것. 전날 저녁 8시에서 밤 10시부터 다음날까지, 12시간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출근 숙제 해결후 긴장까지 풀리면 머리가 띵할 정도로 허기진다.
이전 같았다면 빵과 커피를 먹었을텐데 이번에는 달랐다. 배고픔보다는 의지가 강했다. 취침 시각으로부터 12시간이 지난, 대체로 오전 9시가 된다. 이때 냉수 3분의 1과 온수 3분의 2 정도로 섞어 물을 천천히 마신다. 약간 뜨겁기 때문에 천천히 마실 수밖에 없다. 따뜻한 물이 몸에 들어가니 살 것 같은 안도감, 무엇보다 3번 원칙을 지켰다는 뿌듯함이 내게 희망을 준다.
일하며 낮 12시까지 물만 마시는 동안 약간의 어지러움과 배고픔, 누군가의 아침 식사일 빵 냄새, 커피 내리는 소리와 향 등과 끊임없이 싸우지만 1번 원칙은 3일이 아니라 현재까지 2주간 지켜내고 있다.
문제는 2번 원칙이다. 1번과 3번은 계속 잘 지켰으나 2번은 3일 지키고 못 지키고 있다. 4일째에 오전 업무 끝내고 퇴근길 어지러워 바리스타룰스 로어슈거 라떼를 마셨다.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는 생각 안나는데 공장에서 만들어낸 커피음료는 땡긴다. 마일드라떼와 바리스타룰스 라떼, 빨대 꽂아 한 모금 마시면 몸과 마음 모두 충전된다. 새우깡과 라떼, 한때는 내게 치맥과 같은 영혼 음식이었다.
5일째에는 시나몬롤을 먹었다. 이후 샌드위치엔 채소과 치즈라는 건강한 식재료가 있으니 괜찮다고 합리화, 설탕과 기름 덩어리 소스와 밀가루 덩어리 식빵은 애써 잊은 채, 샌드위치와 커피음료를 먹고 있다. 나름 노력한다고 소스가 잔뜩 묻은 식빵 한쪽면은 안 먹지만 결국 2번 원칙은 3일 천하로 끝났다.
어제는 치과에서 세척 알바를 하고 나니 그 어는 때보다 커피음료가 생각났다. 사랑니 빼는 것으로 돈을 쓸어모으는 치과라 4시간 30분동안 쉼없이,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 물도 못 마시고 일했다. 낮 12시가 아니라 2시30분까지 아무것도 못 먹어 1번과 3번 원칙은 저절로 지켜졌다.
샤워후 커피음료. 마일드라떼와 바리스타룰스가 없어 선택한 싱글진 노르딕로스팅 라떼. 250ml 용량에 칼로리는 145. 마일드라떼는 220ml 용량에 140, 로어슈거는 125. 바리스타룰스 로어슈거 라떼는 250ml에 140. 칼로리. 용량이나 칼로리 모두 괜찮다. 우유 함량도 54%, 50% 미만은 부드러운 우유맛이 없고 진정한 커피음료가 아니라는 것이 내 커피음료 철학이다. 줘도 절대 안 먹는 캔커피, 우유가 아닌 분유나 프림이 들어있어 느끼하며 설탕 함량도 상당함이 혀끝부터 올라온다. 이런 캔커피와 상반된, 카페의 형편없는 바리스타가 만들어준 라떼보다 훨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마일드라떼와 바리스타룰스였다. 그리고 여기에 싱글진 노르딕로스팅 라떼를 추가한다.
빨대 꽂아 한모금, 부드러운 우유과 원두의 고소함이 행복감을 준다. 동원이 참치만 잘 만드는 게 아니다. 커피음료로 잘 만든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북유럽식 자연주의 커피? 뭔 말인지는 모르나, 마셔 보니 인공적인 향과 맛은 전혀 없고 우유와 커피가 가진 장점,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잘 느껴진다.
치과알바는 힘들었으나 결국에는 해냈고 돈도 벌었다. 그리고 신상애정 커피음료도 찾았으니 만족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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