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극히 지양합니다. 시급이 발생하는 일을 3개 해왔습니다.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오후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주말과 휴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렇게 1년 가까이 일을 해왔습니다. 모두 전화와 관련된 일. 이 중 오후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해왔던 일이 제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었습니다. 일은 전혀 어렵지도 않습니다. 역대 했던 시급 일들 중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더군요. 그들도 제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제가 만만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나서는 정의로운 사람은 아닙니다. 오히려 불의롤 보고 지나치는 사람에 가까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들과 많이도 싸웠습니다.
첫 싸움은 팀장, 아무리 봐도 팀장급이 아닌데. 팀장이 뭡니까? 알바 하나도 제대로 했나 싶을 만큼, 군대는 다녀왔나 싶을 정도로 언행이 비사회적이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제가 하는 일이 전화와 관련된 일이라고 했죠. 전화를 받고 전화를 하는 업무이니 이 업계에서 일한 사람들은 어찌됐든 정형화된 말투가 있습니다. 친절해보이는 단정한 말투. 물론 이 업계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나, 적어도 사무적이고 간결한 말을 하려 노력하는게 보입니다. 그러나 그 팀장의 말투는 시비조. 팀장이니 전화를 받는 일보다는 긴급하거나 불만건에 대해 전화를 하는 일이 많은데 듣고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인지, 싸움을 하자는 것인지. 이 팀장이 전화를 하고 나면 역으로 다시 전화가 들어옵니다. '팀장 말투가 거슬린다,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고, 기분이 상당히 나쁘다.' 문제나 불만을 해결해야 할 팀장이 불만을 더 키우고 그 전화를 받고 대신 사과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고객에게도 시비조로 말하며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팀장이 팀원들에게는 어떠했을까요? 이 팀장은 참으로 일관성 있는 사람입니다. 고객이든, 팀원이든 일관성 있게 시비조 말투. 30대의 팀장보다 어린 팀원은 없었습니다. 팀원들 모두 40대였으니까요. 나이를 떠나 다들 전화와 관련된 일을 이 팀장보다는 오래했고 일터에서 상호 존중과 예의는 기본인데, 상대방에게 비수가 되는 말들만 골라서 하는 재주가 남달랐습니다. 팀장과 몇 번의 설전 끝에 침묵과 단절을 선택했습니다. 어차피 일은 팀장 없이도 굴러 갔고 문제를 더 일으키는 팀장에게 뭘 요청할 것도 없었으니까요.
제가 침묵과 무시로 팀장을 상대하는 동안 다른 팀원은 팀장과의 싸움을, 다른 팀원은 퇴사를 선택했습니다. 저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생각했습니다. '사장 아들인가?' 하도 터무니 없는 언행을 하기에게 아빠가 사장이지 않는 한, 저런 비성숙한 몸만 어른인, 초등생보다 못한 말과 행동을 하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이런 생각은 사실이 되었습니다. 팀장보다 위에 있는 관리자가(나중에 이 사람도 매한가지로 무책임하고 불성실함의 극치를 보여준) 대표 아들이니 엮이지 말라는 말을 듣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보다 제가 이런 회사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서글퍼서요.
돈은 벌어야 했고, 시급인생에 이렇게 쉬운 일이 없어 꾸역꾸역 참아가며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팀장보다 더 한 팀원 하나가 들어오면서 저의 인내심은 바닥을 치고 올라와 결국 싸웠습니다. 그 팀원은 연차를 가장한 무단결근, 지각, 혼자말이라며 하는 욕설과 비속어. 사무실에서 손톱깍기를 비롯한 비상식적 행동들. 그런데 그걸 참지 못한 저하고 싸운 절 탓하더군요. 팀장오다 위에 있는 관리자가 절 트러블메이커 취급했습니다. 이후 저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봤습니다.
다행히도(나중에는 아니었지만) 기존에 했던 일과 비슷하고 시급은 조금 높은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무엇보다 집에서 걸어 다닐만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웬걸, 똥 피하려다가 똥 밟고 미끄러진 꼴이 되었어요. 일주일 일을 해보니 자기애 가득하고 성격만 급한 인간을 만났지 말입니다. 그 인간이 저보다 직급은 높아서 잔소리까지 하는데 그 인간 뿐 아니라 시아버지 시어머니들이 여러 명 있더군요. 그 인간은 그 회사를 퇴사하고 3개월간 놀다가 저와 다시 입사했는데(이 대목에서 제가 감이 안 좋아서 다니던 회사를 관두지 말고 휴가를 내고 일을 해보며 판단할까 했다가 그러지 않은 걸 후회합니다) 왜 이런 인간을 재입사시킨 것인지, 동시에 3명이 퇴시했고 그 퇴사자들이 그 인간과 절 번갈아가며 보는 눈빛이 이상하다 싶었는데 직접 같이 일을 해보니 팀장이 이 인간을 대책없이 신뢰했고 그 인간을 이미 겪었던 3명은 퇴사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퇴사한 3명이 자길 엄청 싫어하고 그래서 퇴사했었다는 말을 자랑처럼 말했던 인간. 그 수준이 어떠했을까요? 같이 일할 인간의 수준은 바닥인데 일은 업무량이 상당했습니다. 상대하기 싫은 인간의 잔소리와 자기애 가득한 말들, 그런 인간을 맹신하는 팀장, 시아버지 시어머니 역할만 자처하는 그외 인간들... 결국 저는 관뒀습니다. 일주일만에.
저의 계획이 틀어졌고, 시급 있는 저의 저녁이 사라진 것이 너무나 원통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어찌합니까. 이미 물은 엎어졌고 흘러가고 있는데. 다행히도(제발!!! 결과적으로 다행히길) 보다 높은 시급의, 집에서 걸어다닐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았고 5일의 교육기간이 있고 10월에 업무 투입이라 대기 중입니다. 교육이 주간에 진행되어 휴가를 내야 했지만, 시급은 높아졌고 집과 가까워진 이 일자리가 제게는 간절합니다.
대기하는 동안 할 수 있는 다른 알바를 찾아봤지만 구해지 않았고 저 또한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다른 일을 하기에는 여럭이 없어 저녁과 밤을 집에서 쉬고만 있습니다.
코로나와 대상포진으로 8월은 아팠습니다. 아직 그 후유증인지 아님 저녁에 돈을 못 벌어서인지 기운이 없습니다. 그래서 초저녁부터 잠이 들었다가 새벽 2시에 저절로 눈이 떠집니다. 생산적인 뭔가를 하면 좋으려만 사실 모르겠습니다. 뭘 해야 할 지, 뭘 하고 싶은 지. 이미 오래 전부터 저는 시급이 발생하는 일 외에는 다른 생각이 나지 않게 습관화되었습니다.
이런 제 시급 인생에 산책은 숨통이 트이는 일입니다. 산책, 시급이 발생하지 않지만 돈이 들지 않고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일. 계획이 틀어지고 그 과정에서 만난 못나고 못된 인간들. 후회와 자책. 이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기 위해 오늘은 출근 전 산책을 했습니다. 제가 살았던, 옛 동네(독립문역 근처에 집이 있었고 광화문과 서촌, 북촌, 인왕산은 저의 놀이터)를 돌아봤습니다. 8시 40분쯤 시청역에 내려 광화문, 경복궁 주변, 안국동, 다시 광화문을 거쳐 회사로 오기까지 1시간이 걸렸습니다. 바람은 가볍고 신선했습니다. 햇빛은 찬란했고요. 하늘은 청명했고요. 제 인생도 그 햇빛과 하늘처럼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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