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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단맛, 부모님께 가구를, 장인이 만든 것처럼

by 델몬트고모 2023.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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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하차 새벽작업 1시간 30분으로 4만 원을 벌었습니다. 알바 경험 부자인 저도 당황하게 만들고 욕하며 버티게 만든 일이었습니다. 제 몸보다 큰 행거와 마네킹을 붙잡고 동굴 같은 오목교역 지하철 역사 안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올라갔습니다. 허리가 아픈 왼쪽 보다는 오른쪽에 힘을 실었고 행거와 마네킹에 오른쪽 다리를 여러분 맞았더니 종아리 전체가 피멍이 들었습니다. 오른쪽 허리에 디스크가 있는데 작년부터 이상하게도 왼쪽 허리가 아프고 오른쪽 괜찮습니다. 의사분의 말씀으로 오른쪽은 내성이 생겼고 약했던 오른쪽 허리 대신 왼쪽을 사용하다보니 약해진 것 같다고 하시네요. 어느 쪽이든 덜 아프고 잘 버티길 바랍니다. 디스크 없던 폴더 수준으로 허리가 굽혀지고, 허리를 굽히고 손이 바닥에 닿았던 과거의 저는 이제 잊었으니 잘 걷고 잘 서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난주에 부모님 이사를 도우며 오른쪽 허리도 안 좋아져 정형외과를 가야지 했는데, 퇴근해서 걷다 보면 또 괜찮은 것 같아 미루고 있었습니다.사실 병원 다녀와도 드라미틱하게 좋아지지 않으니 가면 뭐하나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렇게 병원 가기를 미루고 있던 차, 어제 4만 원 벌며 제대로 허리와 목에 무리가 와서 '마침내 결심' 병원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정형외과, 양방이 아닌 한방, 즉 한의원을 가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여러 군에 아플 때 한방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제가 다니는 한의원만 그럴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양방은 진료 부위만, 의사분의 진료 과목만 봐주셔서 아쉽습니다. 예를 들어 허리부터 목, 어깨까지 다 쑤시고 아픈데 정형외과는 신경외과는 한 부위만 먼저 봐주시고 경과를 지켜보자 이러시는데 한의원은 우선 아프다는 부위에 침 다 놔주시고 물리치료도 꼼꼼하게 하도록 진료해주십니다. 심지어 두통이나 감기 몸살이 있는 것 같다고 하면 한약도 주십니다. 제가 다니는 병원 의사분과 한의사분 진료 경험상 말씀드리는 것이니 상대적인 것으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부모님 이사와 3일간의 밤일, 그리고 어제의 일당 알바로 한의원의 찜질과 침이 간절했습니다. 특히 장시간의 물리치료가 그리웠습니다. 제가 가는 한의원은 참으로 물리치료를 꼼꼼하게 해주셔서 30분 잠깐 자도 피로가 확 풀립니다. 진료 끝나고 나면 파스도 붙여주시고 짜 먹는 한약도 주십니다. 원장님 연세가 있고 데스크와 간호 업무 해주시는 실장님도 이모 같이 잘 해주셔서 병원 가는 부담이 없습니다. 제 경험상 병원은 좀 경직된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아무리 건강보험이 잘 된 대한민국에 살고 있고 실비보험이 있지만 정형외과 진료 한 번 받으면 10만 원 넘으니 경제적 부담이 상당합니다. 제가 가는 한의원은 이렇게 종합적으로, 그야말로 토탈 케어를 해줘도 만 원 넘게 받은 적이 없습니다. 

 

4만 원을 벌었으니 한의원 가서 진료를 받아도 남으니 어제는 퇴근후 한의원에 갔습니다. 역시나 원장님께서는 이곳저곳 아픈데 다 침 놔주시고 물리치료 꼼꼼이 해주시고 파스도 붙여주시며 무리하지 말라고 다독여주시네요. 한결 허리가 부드러워지고 목과 어깨 결림도 괜찮아졌습니다. 만 원 결제하고 나오면서 생각했습니다. '아까지 않은 돈이다. ' 제 몸에 피멍과 근육통을 남겨준 의류하차 새벽작업 알바는 제게 돈의 쓴맛도 느끼게 했지만,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한의원 진료로 돈의 단맛도 느끼게 해줬습니다.

 

돈의 단맛. 돈을 벌어서 행복할 때 느껴지는 맛입니다. 저는 제 자신을 위해서 쓰는 돈보다 부모님을 위해 쓸 때 보다 큰 기쁨과 행복을 느낍니다. 제 자신을 위해 쓸 때는 사실 아깝고, 괜한 돈을 쓴 것은 아닌가 하며 후회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부모님을 위해 돈을 쓸 때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다 많은 돈이 내게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부동산담보대출 완제후 여유돈이 없는 요즘은 더 아쉬움이 크고 부모님께는 죄송합니다. 

 

8월말 이사갈 집을 둘러봤습니다. 주택에서만 사셨던 부모님은 처음으로 아파트게 살게 되셨습니다. 집주인은 남편분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하시며 상속 문제로 해당 아파트를 매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집을 수리해놓고 얼마 살지 않고 나가셔서 집이 비워져있어 매수인인 부모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좋았습니다. 재개발로 인해 이사가는 부모님 입장에서는 시공사의 전세자금 대출금액을 이용해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이라 가격을 맞출 수 있었던 부분이 가장 좋았고 빈집이라 필요한 인테리어와 이사날짜를 부모님이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수리한 집이었지만 바닥부터 온통 흰색으로 점철된 인테리어에 엄마는 난색을 표하셨습니다. 아빠는 깨끗하면 되지, 대출 받아서 사는 건데 꼭 해야 하냐며 두분 의견이 첨예했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나의 살면서 한샘 주방 한 번도 못 써봤어. 나 빼고는 다 한샘 주방이야. 내가 번 돈으로 할꺼야' 말에 아빠가 손 드셨습니다. 

 

인테리어를 두고 부모님의 대립을 보며 저는 제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현실에 씁쓸했습니다. 주식에 1억 이상 안 넣었도, 인천집을 사지만 않았어도, 부동산담보대출 완제를 미루고 부모님께 여유돈을 드렸다면 하는 과거에 대한 가정과 부정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보에 어두운 부모님을 대신해 인테리어 업체를 알아보고 견적을 받으러 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마저도 지역이 다른 곳에 살다보니 함께 상담받고 견적내는 것은 1번으로 끝났습니다. 다만 인테리어 경험자로서 조언을 해드리며 정보를 찾아드렸습니다.

 

결국 한샘에서 주방을 비롯해 도배, 문교체, 중문 시공까지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저와 함께 견적냈던 곳보다 가격면에서 저렴하기도 했고 동네에서 오랜시간 인테리어를 한 업체라 안심이 되었고 결과물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용은 엄마가 지불했습니다. 일흔 넘은 나이에도 매달 200만 원 정도 버시는 엄마의 경제력이 이때 빛을 발했습니다. 엄마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제가 해드리지 못해 속상했습니다. 그래서 가구만큼은 제가 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부모님은 거절하셨습니다. 제가 뭐 해드리겠다고 하면 '너만 돈 쓰지 말라'며 말리시지만 그래도 해드리면 참으로 좋아하십니다.

 

자식 셋 중에 저만 혼자 결혼을 못한 이유도 있지만 저는 약간 장남 같은 둘째딸입니다. 위로 언니가 있고 아래로는 남동생이 있지만 제 스스로 장남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빨리 독립할 수 있고 부담을 덜어 드릴 수 있는 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 비상한 두뇌와 재능은 없기에 여자로서의 뛰어난 체력과 내신 1등급으로 사관학교를 일찍이 선택했으나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결국 대학 졸업해서 사관후보생 시험 봐서 군인이 되었고 부모님의 자부심을 지켜드렸습니다. 지금은 군인도 아니고 별볼일 없는 일개미이지만 말이죠.

 

돈을 벌면서 경제적으로 도움을 드렸던 것도 있지만 힘과 시간을 들여 도움 드렸던 것이 컸습니다. 저의 대학 생활은 엄마가 운영하던 슈퍼와 과외로 점철되었다고 하면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밤일과 주말에도 일하는 일개미 시절에도 휴가 내서 부모님 일 많이 도와드렸습니다. 그게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지켜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결혼도 하지 못하고 직장 옮기는 걱정꺼리로 부모님 가슴 아프게 하는 존재가 되었네요. 저를 생각하면 뿌뜻하신게 아니라 한켠이 아파 운다는 아빠의 이야기를 엄마를 통해 듣고 목이 메여 말이 나오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언니와 동생은 각자 자신의 편이 되어 주는 남편과 아내가 있는데 저는 혼자인게 너무 불쌍하다고 하십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말이죠. 혼자 뭐든 해결해야 하는 제 자신이 불쌍할 때도 읶지만, 결혼해 아이 키우는 언니와 동생 보면 안 하길 잘했다 생각합니다. 옆에서 지켜만봐도 사람 하나 키워내는 일이 보통이 아닌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만이라도 부모님 편이 되어 이번 생은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편이 되어 주기도, 누군가의 편에 들기에는 제가 피곤하고 지칩니다.

 

엄마는 식탁을, 아빠는 소파를 바꾸고 싶다고 이사 전부터 말씀하신 게 기억났습니다. '오늘의 집' 같은 곳에서 인터넷으로만 가구를 사는 저이지만 직접 만져보고 확인해야 하는 부모님을 위해 하루 날을 잡고 한샘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소파 하나에 400만 원에서 500만 원은 해야 4인 소파를 살 수 있고, 식탁은 더 했습니다. 예상하는 가격보다 비싸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엄마가 원하는 원목 식탁이 없었습니다. 온통 세라믹 식탁만 있더군요. 소파는 가격 듣고 앉지도 않는 아빠 때문에 살 것이 없었습니다. 

 

제가 과자, 속옥, 가구 등 참으로 여러 가지 팔아봤습니다. 알바하면서 말이죠. 세상에는 참으로 물건도 많고 가격도 다양합니다. 비쌀수록 좋다, 인정합니다. 100%는 아니지만 가능성이 높죠. 비싸다는 것은 소재부터 공임까지 많은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니 좋습니다. 좋다 싶으면 가격이 비쌉니다. 그래서 열심히 찾아보는 것입니다. 싸고 좋은 것을. 그러나 싸면서 좋은 것은 찾기 어렵습니다. 가능성이 낮죠. 그래서 적당한 가격에 좋은 품질을 찾습니다. 

 

제가 지불할 수 있는 적정한 가격과 부모님의 취향에 맞는 가구를 찾다가 아빠가 이전에 원목 서랍장을 샀던 장인가구로 갔습니다. 한샘에서 가격에 놀라고, 그 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제 자신에 속상해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혹시 모르니 가보자는 아빠의 말에 저는 짜증을 냈습니다.

"사지도 않을 꺼면서 뭘 보러 가" 

"안 사도, 구경도 못하냐, 원목 서랍장도 혹시나 해서 들어갔는데 샀어, 가보자'

 

어차피 운전대 잡은 아빠 마음, 제가 어찌하겠습니다. 그렇게 기대없이 들어간 장인가구 매장. 저는 어차피 살 것이 없을 것이라며 단정하며 보는 시늉만 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그토록 찾던 원목 식탁이 있는 것입니다. 엄마와 저는 동시에 그 식탁이 있는 곳으로 가 식탁을 만지며 이거다 했습니다. 세트로 나온 의자도 딱 엄마와 제가 찾던 스타일. 가격까지 할인해 85만 원. 식탁값만이 85만 원이 아니라 의자 4개까지 포함해서 85만 원. 안 살 이유가 없는 가격입니다.

"이거 할께요!" 

 

식탁을 찾은 후 다시 둘러보니 소파도 눈에 들어옵니다. 엄마가 소파를 만지더니

"이 소파 가죽 좋다. 색상도 딱 내가 찾던 거야"

"난 이런 색상 별로인데" 하면서 소파에 앉았던 저는 

"되게 편하다. 이거 얼마예요?"

185만 원. 이탈리아 통소가죽. 한샘에서 비슷한 소파를 400만 원 넘은 것을 확인했던 저는 

"이것도 할께요!"

 

소파 맞은 편에 있던 거실장을 본 아빠는 

"이거 내가 찾던 거다. 이건 내가 살께"

그 말에 거실장을 봤습니다. 이 또한 제 취향이었습니다. 

"이건 얼마예요?"

35만 원. 

"아빠! 사는 거 다 사야 내가 돈 쓴 의미가 있지. 이 거실장은 나도 사고 싶다. 사장님 제가 다 살께요"

 

아빠와 엄마는 그래도 되냐고 하시면서 이번에는 말리지 않으십니다. 왜냐하면 마음에 드는 제품이고, 무엇보다 딸에게는 부담되지 않을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한샘을 미리 다녀온게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400만 원 넘는 소파를 보고 왔으니 식탁과 소파, 거실장까지 300만 원 남짓이지 만족도가 확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렴해도 너무 저렴하다 생각한 저와 부모님은 그러나 잠시 이성을 찾았습니다. 왜나햐면 네고, 여러 개 사니 당연히 조금 더 깍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금으로 할테니 얼마까지 깍아줄 수 있냐고 하니 처음에는 10만 원. 제가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 15만 원. 부모님 사드리는 거니 15만원에서 5만 원 더 해 20만 원 더 깍아달라고 하니 그건 안 된다고 하시길래 

"저 부모님 가구 사드리려고 오늘 기차타고 왔어요. 기차값만큼 더 빼주세요"

사장님이 웃으시면서 그럼 2만 원 더 빼준다고 합니다. 288만 원. 식탁세트와 소파, 거실장을 300만 원 안 되게 마련했습니다. 

 

11월 초, 아빠로부터 카톡이 왔습니다. 인테리어를 끝내고 가구가 들어온 사진. 집에 잘 어울립니다. 엄마돈으로 한 인테리어도 잘 되었고 그곳에 어울리는 가구까지. 돈이 아깝지 않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고단하고 치사해도 알바를 찾아 하는 것은 이럴 때를 위해서입니다. 사랑하는 부모님께 필요한 것을 사드릴 때, 제가 돈을 벌기 위해 버틴 시간들이 드디어 빛을 내기 때문입니다.

 

돈을 어떻게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느냐는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야 돈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이탈리아 통소가죽. 매장에서 봤을 때는 어둡게 느껴졌는데 집에 둬 보니 인디고와 그레이 중간 색감으로 밝게 느껴졌고 푹신합니다. 손받침은 베개 없이도 누워 있기 딱 좋습니다. 등과 방석 쿠션 모두 넓어 몸통 잘 지탱해줘 만족합니다.

4인용이지만, 일반적인 4인용의 가로 길이(1200 ~ 1400) 보다 긴 1600이라 꽤 큽니다.의자에 가죽 쿠션이 몸통에 있어 

푹신합니다. 사드린 가구 중에 엄마가 가장 만족하는 식탁 세트, 저도 이사가서 직접 사용해보니 만족스럽습니다.

냉장고의 위엄으로 식탁이 빛을 조 잃었습니다. 냉장고는 제가 사드리지 못했습니다.

헤링본과 금색 손잡이가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