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하지 않는 청소 알바. 지난 4월 1일에 시작해 5월 2일까지 했습니다. 평일 기준이라, 주말과 공휴일에는 하지 않았습니다. 고용보험 차감하고, 백원 단위 이하 제외하고 59만 원 받았습니다.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100평 규모의 사무실 책상을 닦는 청소 알바. 시급으로 치면 15,000원, 주말과 공휴일에는 하지 않아 괜찮은 조건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해보니 괜찮지만은 않았습니다.
우선, 새벽 1시에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2시. 7시까지 출근하려면 집에서 6시에는 나와야 하니 3시간 정도 잠을 자는 상황. 청소 알바를 마치고 30분 정도 쉬다가 다시 일터로 가야 하는 상황. 돈 벌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고 이보다 더 힘든 일도 해봤기에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달리 제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체력도, 마음도.
청소 알바를 시작하고, 괜찮던 허리와 목이 다시 아파 일주일에 1번은 정형외과나 한의원에 가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래도 관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육체노동을 통한 소득발생, 장사 밑천이라 할 수 있는 몸이 아프니 이에 대한 치료비용 발생은 당연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음이 아프기 시작하니 일이 하기 싫어졌습니다. 마음이 아프다는 것, 일을 할 수록 스트레스 받고 무시받는 느낌입니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몸의 힘듬이 아닌, 약속의 다름에서 오는 짜증입니다. 책상만 닦으면 된다는, 너무나 쉬운 일이라는 관리사무소장의 면전에 '그럼 너가 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책상만이 아니라 의자, 컴퓨터, 노트북, 텔리비전, 제습기 등 100평 사무실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사무용품은 다 닦으라고. 일제 시대 앞잡이 같은 부소장이 따라 다니며 잔소리. 3일의 휴일이 있는 5월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볼 요량이었으나 근로조건과 다른 업무의 양과 범위, 결국 책상 아래 다리는 왜 닦지 않냐는 부소장의 말에 못한다고 했습니다.
"책상 위, 관리사무소장님이 처음에 말씀하시길, 책상 위! 책상 위만 닦으면 된다고 했는데 왜 책상 아래 다리까지 닦으라고요? 전 못하니 다른 사람 알아보세요!"
바로 사람 구할 것처럼 하던 멧돼지상의 부소장.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2주가 지나도 소식이 없었습니다. 결국 4월 한달을 다 채웠습니다. 관두겠다는 말을 입밖으로 꺼낸 이후, 대충대충 했습니다. 될대로 되라, 마음에 안 들면 지들이 알아서 짜르겠지 하면서요. 대충대충 설렁설렁, 근로조건대로 책상 위만 닦으니 1시간도 안 걸렸고 그만큼 더 쉴 수 있었습니다. 몸은 어느 정도 적응도 했고요.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아팠습니다.
제가 청소알바를 알아보고 이전에도 했던 이유는 운동 삼아 출근 전에 땀 흘려서, 오롯이 혼자서 하며 큰 돈은 아니지만 생활을 영위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도. 그런데 이 일은 큰 돈도 아닌데 잔소리의 크기, 일의 범위가 그 보다는 크니 스트레스가 컸습니다. 더 하다가는 몸도 마음도 지쳐서 저의 다른 밥벌이와 일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다시 부소장에게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하니 관리사무소장에게 넘기더군요. 소장은 사람 아직 못 구했다면서 하루 더 나와달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다음날 5시 30분에 꾸역꾸역 일어나 출근 준비하려고 하는데 부소장이 사람 구했다며 오늘 안 나와 되고 어제까지 근무한 것으로 해서 급여 지급된다고 문자가 오더군요. 생긴 것만큼 일처리도 아름답지 않은 인간입니다. 그러나 하기 싫은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고, 2시간은 더 잘 수 있음에 화는 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저의 언더커버를 상상하며 대차게 시작했던 아침 청소알바는 한달 그리고 1일 하고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끝을 맺고, 2주가 지난 지금 열심히, 매우 열심히 아침잠을 자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아침에, 청소일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적게 일하고 많이 벌 수 있는 일이 뭔지 찾아보고 있습니다. 땀 흘린 만큼, 몸이 힘든 만큼 열심히 산다는 저의 생각이 이제는 착각인 것 같아서요.
저의 이런 생각이 유튜브는 먼저 알아채고 '집에서 편하게 하는, 부업으로 월 얼마'라는 영상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런 영상들을 볼 수록, 따라해 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제목을 보면 너무나 쉬운 것 같으나, 막상 영상을 보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44살, 100세 시대, 어쩌면 150세 시대가 올까 두려운 현재를 살고 있는, 도대체 뭘 해야? 도대체 언제까지 밥벌이를 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일을 아예 안 하고 사는 삶은 싫지만, 일에 치여 몸과 마음 힘들게 살고 싶지은 않습니다. 답을 찾는 과정에서 제가 성장하고 돈을 벌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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