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등기, 15만 원 이상 벌었다.

인천에 집이 있다. 대지 14평 정도의 작디 작은 3층 단독주택이다. 층별로 1가구씩, 총 3가구. 코로나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이던 때에 내돈 3천만 원으로 샀다. 3층 모두 전세와 월세가 있어 가능했다. 대출 없이 샀기에 등기를 셀프로 했다. 확인할 것이 많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인터넷 등기소에서 신청 후, 관련 서류 제출하면 끝이다. 물론 그 끝을 잘 보기 위해서는 서류를 잘 제출해야 하고, 세금도 잘 내야 한다. 

 

셀프등기는 법무사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도 하지만, 자신의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배울 것이 많고 보람도 크다. 부동산 매수에 대한 등기를 시작하고 나면 말소등기, 등기변경 신청 등은 쉬운 편이라 한번은 꼭 해볼 것을 권한다.

 

인천집 말고 살고 있는 집에 대한 부동산담보대출을 지난 4월에 완제했다. 근저당권 설정에 대한 말소등기를 직접 했다. 말소등기도 인터넷 등기소에서 직접 신청 가능하다. 이에 대한 절차와 필요 서류는 따로 이야기를 해야 해 넘어가겠다. 

 

인천집을 매수할 당시 나의 주소지는 용인이었다. 용인 아파트를 매도후 서울로 이사 왔고 주소가 변경되었다. 등기부등본의 소유자 주소가 변경되어도 부동산 매매 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기에 변경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세입자가 들어오며 전세권 설정을 요청해 등기부등본상의 주소를 변경해야만 했다. 임차인의 전세권 설정 시, 임대인의 초본상 주소와 부동산 등기부등본의 주소지가 동일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매수후 소유자 변경 등기나 말소 등기는 인터넷 등기소에서 신청 가능하나, 주소변경 등기 신청은 아니다. 반드시 해당 부동산의 관할 법원 등기국에 가서 신청해야 한다. 신청서는 인터넷 등기소에 있는데 왜 인터넷 신청은 안 될까? 불만이지만 내가 을이고 등기국이 갑이니 어쩔 수 없다.

 

인터넷 등기소 하단 메뉴의 '등기신청 양식'을 클릭하고, 부동산 등기에서 '주소'라고 검색하면 [20-1. 주소변경에의한등기신청]을 확인하면 신청 문서를 다운받을 수 있다. 양식을 포함해 작성방법에 대한 안내문도 따로 있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몇 가지만 정리하면

1. 해당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발급해, 등본상에 기재된 그대로 신청서의 부동산 목록을 작성해야 한다.

2. 변경할 부동산이 2개 이상이라면 고유번호를 기재해야 한다.

3. 부동산 1개당 등록면허세와 등기수수료가 별도로 발생한다. 즉, 부동산의 고유번호가 다르고 별도로 있다면 개별적으로 등록면허세와 등기수수료를 내야 한다. 

   예를 들면, 단독주택은 건물과 대지로 나뉘고 건물과 대지별로 부동산 고유번호가 부여되고 등기필증도 별개다. 그래서 건물별 등록면허세와 등기수수료, 토지별 등록면허세와 등기수수료를 따로 내야 한다. 즉 2번 내야 한다. 

4. 등록면허세는 인터넷 등기소에서 납부 가능하며, 반드시 영수필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5. 등기수수료는 인터넷 등기소에는 납부가 안 되나, 관할 법원의 등기국에 가면 무인발급 정산기에서 납부 가능하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나면, 첨부 서류를 지참해 부동산 관할 법원의 등기국에 직접 가서 제출해야 한다. 신청서, 신분증, 주민등록초본(주소 변경 이력 포함), 등록면허세 납부필 확인서를 지참해야 한다. 등기수수료는 등기국 가서 납부하고 영수증을 제출하면 된다. 

 

정리해보면, 간단한 것 같으나 등기국 가면 불친절한 공무원 응대와 내 전문분야가 아니기에 위축된다. 평일에만 신청 처리 가능하기에 따로 시간을 내야 하고, 거주지와 소유 부동산의 지역이 다르다면 더 번거롭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번거로움 끝에 15만 원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다.

 

임대차 계약서 작성시 임대인의 전세권 설정으로 법무사가 부동산에 왔다. 나한테 주소변경 등기신청을 해주겠다며, 마치 선심 쓰듯이 15만 원만 달라고 하는데 어이가 없어 됐다고 했다.

 

이보다 더 어렵고 복잡한 것도 셀프로 한 여자가 나란 말이다. 나한테 봉사해주니? 

 

15만 원이 누구 애이름도 아니고, 그까짓꺼 제가 할께요라고 말했더니 법무사가 짜증을 냈다. 왜 짜증 나겠는가? 법무사 본인도 아는 것이다. 너무나 간단한 일을 해주고 15만 원 벌 수 있는데 안 하겠다고 하니.

 

인천지방법원 등기국에 신청서와 서류를 제출하고 버스를 탔다.

 

환승입니다!

 

이걸 하는데 30분도 안 걸렸다는 것이다. 신청서 직접 작성하고 서류 챙기고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버스 환승할 정도의 짧은 시간. 15만 원 번 것보다 내가 뭔가를 배웠고 해냈다는 자신감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