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lbabucks 알바벅스, 시급인생 알바경험 공유

albabucks, 알바경험 부자의 홈쇼핑 전화상담

by 델몬트고모 2023. 1. 10.
728x90

단언컨대, 나는 부자다. 돈이 많은 부자가 아니라, 알바 부자다.
'세상은 넓고, 알바는 많다' 아직 해보지 않은 알바가 세상에 많지만, 결코 적지 않다.
특히, 전화 관련 알바는 현재도 진행형이며 참으로 다양하게 겪어봤다.
겪어본 자가 그렇지 못한 이들, 또는 나처럼 된장인지 알고 들었다가 똥인걸 알고 절규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다만, 보안의 문제로 회사명이나 상호명을 밝힐 수 없으니 추측 또는 상상을 읽는 자의 몫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시간 순도 아니고, 일의 강도, 시급의 순서도 아닌 순전히 내 기억 순이다.

알바경험 부자의 첫 이야기는 홈쇼핑 전화상담이다. 스팟상담사로 해당 업계에 입문했다. 스팟상담사는 피크타임, 즉 주문이 몰릴 때, 전화주문을 최대한 받아내기 위해 요일별, 시간대별로 운영되는 비정규직이자 비계약직인 알바다. 근로계약서는 작성하나 기간이 따로 없다. 시급은 12,000원. 식대도, 주휴수당도 없다. 오로지 시급으로만 계산한다. 전화 많이 받고, 주문접수 많이 받아도 인센티브는 없다. 그러니 열심히 하는 이들도 없다. 열심히 해봤자 '상대적 박탈감' 만 든다.
당시 나는 주말과 공휴일에만 일을 하고 있었다.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은행 고객센터의 대출 관련 전화상담 업무였다. 돈과 관련되어 있고, 은행이라 전산이 복잡했다. 통화품질평가라고 QA 도 심해 일주일 중 이틀만 일해도 스트레스가 평일 5일 내내 갔다. 그러나 이틀만 일하고 받는 4대 보험과 130만 원 정도의 괜찮은 급여, 회식비로 나오는 배민 상품권은 날 어김없이 주말이면 일터로 향하게 했다. 이 일은 나중에 따로 길게 이야기해야 해 여기까지만 하기로 한다.  
주말 일이 주는 이점과 단점을 벗어난 다른 일이 필요했다. 주말에 받는 급여는 숨만 쉬어도 필요한, 내 최소 생활비용이기에 또 다른 근로소득을 만들어야 했다. 뭔가를 새롭게 배워서 적응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야 안 될 것, 4대보험 가입은 필요 없을 것, 주말 근무나 평일 다른 일에 지장받지 않을 시간에 근무할 것, 밤에 잠은 잘 것, 이왕이면 집과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에 일터가 있을 것.  위의 조건들에 딱 맞는 일을 찾기 위해 다시 알바몬을  수시로 본 결과 홈쇼핑 스팟상담사 구인 공고를 찾았다. 걸어서 15분 거리의 가까운 일터와 시급 12000원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지원하자마자  채용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고 다음날 면접을 봤다. 그동안 해왔던 장애기술상담이나 대출상담에 비교 되지 않을 정도로 단순 업무라 생각해 면접도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1시간 정도 면접를 봤다. 일반적으로 전화상담 관련 업무는 면접이 20분이면 끝난다. 어차피 목소리로 돈 버는 직업이라, 대면면접이 아닌 전화면접으로 대신할 정도로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합격의 당락보다는 일종의 절차라 보면 된다.
예상과 달리, 자기소개부터 경력에 대한 면접관의 질문도 날카로웠다. 그리고 스팟상담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것인지 운영방식과 급여 관련 설명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아마도 실제 업무 투입시 관련 질문을 많이 해왔는지 면접관은 목소리를 높여 여러 번 강조했다. 짜증이 났지만, 앞서 말한 근거리의 일터와 시급에 이미 난 마음을 두었기에 면접 통과를 위한 자본주의적인 미소와 함께 경청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참았다. 결국 면접은 통과했고 바로 2시간에서 3시간 실제로 고객 전화를 받고 주문을 받아 보기로 했다. 당황스러웠지만, 30분 교육 받고 전화 받을 정도면 참으로 쉬운 일인가보다 하며 수락했다. 최저 시급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교육비도 준다고 하니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따로 교육일정을 내서 업무를 습득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좋았다. 여기서 최종 합격의 당락이 결정되지만, 전화를 하루 이틀 받은 것도 아니고 주말 내내 전화상담을 해오고 있으니 자신도 있었다.
실제로 고객 전화를 받고 있는 상담사들 사이에 앉아 30분 정도 스크립트, 즉 응대멘트를 읽어보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 내 첫 전화는 주문접수가 아닌 상품문의였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전산이 익숙하지 않은데 방송되는 상품 관련 문의였다. 홈쇼핑 충성 구매자는 아니어도, 홈쇼핑이 예능못지 않게 재미 있어(쇼호스트와 게스트의 과장된 멘트와 표현이 개그보다 재미있다) 자주 보는 나로서는 숨 쉬듯이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이후 몇 번의 주문접수를 통해 전산이 참으로 쉽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이 일을 찾아낸 나 자신을 칭찬했다. 면접관도 내가 잘한다고 생각하는지 2시간도 안되서 그만해도 될 것 같다며 언제부터 나올 수 있냐고 했다. 내일부터 가능하다고 하니 아침 일찍, 5시 30분도 가능하냐고 해 집이 15분 거리인 걸 강조하며 눈빛을 반짝였다. 그렇게 나는 하루만에, 아니 3시간만에 면접부터 교육과 콜수습까지 마치고 다음날부터 홈쇼핑 스팟상담사로 일하게 됐다.
또한 일주일 전 면접을 봤던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풀타임 업무도 하게 되어 평일 5일 오전 5시 30분부터 8시까지, 평일 5일과 주말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일했다. 즉, 평일에는 출근 전에 2시간30분씩, 평일과 주말에는 퇴근후 3시간씩 일했다. 출근 전 시간대에 일할 때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지만, 남들보다 빨리 하루를 시작하며 돈을 번다는 것이 힘이 되었다. 일 끝내고 다른 일터로 향하며 ' 오늘 하루 커피값, 밥값보다 많이 벌었네' 생각했다. 퇴근 후 시간대에 일할 때는, 다른 일터에서 이미 8시간을 일해 지친 상태라 눈을 많이 감았다. 이 홈쇼핑 스팟상담사는 그만큼 쉽다는 뜻이다. 홈쇼핑사의 주력 상품이 대부분 저녁 시간대에 몰려 있어(퇴근 후 집에서 홈쇼핑 보는 경우가 많으니) 콜량이 많지만, 그것도 30분 정도 몰리고 그 이후는 한가하다. 또한 보험이나 여행상품은 콜량도 적지만, 어차피 나중에 해피콜(실제로 가입 및 구매를 위한 확인 전화)이 나가서 고객정보만 확인하는 수준이다. 퇴근하고 헐떡이며 전산 로그인 아슬아슬하게 하고, 피로가 몰려와 힘들지만 결국엔 돈이다. 어차피 내가 집에 가서 홈쇼핑 멍 때리고 있을텐데 차라리 홈쇼핑을 보더라도 전화주문을 받으며 돈을 버는 게 낫지 하며 참아냈다. 큰 돈은 아니었지만, 남들 잘 시간 또는 쉬는 시간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생각에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열심히 살고 있다는 안도감에 불안감도 줄었다.
쉼 없이 일해야 했지만, 마음은 편했던 때이기도 했다. 고민없이 단순 반복되는 일을 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는 법, 쉽다 보니 그리고 통화품질평가나 응대절차가 까다롭지 않다 보니 다들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 열심히 해봤자 손해였다. 전화를 많이 받고 주문접수를 많이 받는다고 인센티브가 있는게 아니니 양심 없는 인간들은 사무실보다는 화장실 가는 시간이 더 많았다. 또는 담배 핀다고 나가 함흥차사였다. 관리자도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무리를 이루어 그 무리에 속한 이들에게 편의를 주었다. 나도 시간 때우고 돈이나 벌자하는 마음으로 있었기에 조용히 전화 받고 퇴근 시간이 되면 바람처럼 사라지기 바빴다.
어쨌든 나에게 돈을 벌어준 일이었고, 단순해서 쉬웠던 전산과 많지 않은 콜량, 가까워서 교통비가 들지도 않고 출근과 퇴근 전 몇 시간 활용해 돈 벌기에는 딱인 일이라 다시 자리가 생기면 하고 싶다. 지금은 스팟을 운영하지 않고 시간대별로 정규 상담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일했던 홈쇼핑사는 말이다.
아침형 인간이라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면, 나처럼 공부에 취미가 없다면, 돈을 벌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적극 추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