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lbabucks 알바벅스, 시급인생 알바경험 공유

albabucks, 케이블쇼핑 전화상담,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by 델몬트고모 2023. 1. 11.
728x90

albabucks, 알바로 시급 벌어서 경험부자가 아닌 찐부자가 되고 싶은 알바벅스입니다. 그간, 반말로 써오던 글을 이번에는 정중하게 쓰고자 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주말 교육 2일과 지난 주말간 받은 OJT(오제이티라 쓰고 2023년 시급 보다 못한 9500원으로 사람 쓰기로 해석) 2일을 끝으로 관두면서 그새 말투가 익숙해지면서 글도 '~입니다'로 자연스럽게 써지게 되서 그렇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습관, 아니 돈에 의해 학습되는 게 무섭습니다. 단 4일이었음에도, 역대 최악의 알바 순위에 등극했습니다. 그곳의 교육하고, 일하던 사람들은 최악이 아니었기에 1위는 아니지만, 4일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음~(감탄일 수도 있습니다만, 소극적인 부정적 표현), 아~(적극적인 부정적 표현을 감탄으로 포장), 하~(한계에 도달한 절규를 소극적으로 표현)'

이 3단계의 제 감탄어가 진화하는 동안,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고요? 그렇게까지 하며 돈 벌고 싶지 않다! 올해 최저 시급이나 주고 시켜라!' 라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속으로만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알바벅스이니까요. 교육 첫날, 제가 잘못된 선택을 했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중간에 가면 1일 교육비 35,000원은 절대 못 받는다가는 것도 알았기에 잠시 영혼과 생각이라는 것을 내려 놓았습니다. 저의 인내심이 탁월했다기 보다는, 걸으면 10분 거리에 집이 있다는 것과 그간 해왔던 알바에 비해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쉽다고 하면서 왜 '하고 싶다'에서 '그렇게까지는 안 한다'로 격하게 생각이 바뀌었을까요? 2일간의 교육이 이론과 전산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전에는 이론과 전산 위주로 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실제로 콜을 받아봤기 때문입니다. 이 점은 회사 측과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왜냐하면, 아닌 걸 빨리 알게 해줬기 때문입니다.

이론과 전산은 단순합니다. 컴퓨터 화면 하나로 다 볼 수 있고 확인할 수 있는 간편한 전산. 이론도 뭐 없습니다. 전화주문 받는 과정의 순서와 그에 따른 응대 스크립트인데, 이전에 홈쇼핑 전화상담사 경력이 있는 제게는 이 또한 간단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고객이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그곳의 고객들에게는 감정이 없습니다. 만나보지도 못했고, 그분들의 개인사에 대해 알지도 못하니까요. 그런데 전화를 통해 만난 고객들의 음성과 말투, 표현은 최악이었습니다. 홈쇼핑과 대리운전, 기술장애상담, 은행, 배달어플, 상조회사, 자동차 충전소, 전기바이크 등 전화상담사 경력이 1년 12달보다 많은 제가 '인생사 새옹지마'가 아닌 '고객사 새옹지마', 즉 고객센터 운영회사와 고객 모두 거기서 거기다라고 봅니다. 어느 정도 초월했습니다. 저는 욕을 하는 고객이 반가울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단선할 수 있는 이유가 분명하니까요. 욕, 성희롱, 자신만의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객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편입니다. 그러나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만나고 싶지 않은 고객들을 그곳에서 만났습니다. 소통 불가. 같은 한국어를 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 사는 것은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소통이 되지 않는 고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곳은 고유의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홈쇼핑이 아니었습니다. 케이블 방송 중간 중간, 특정 연예인이나 대역 재연 배우들이 나와서 특정 제품을 나와서 파는 곳이었습니다. 보안서약을 했기에 회사명을 말할 수 없어 하나의 예를 들어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우리가 자주 볼 수 없는 연예인분이 나와서 제품을 직접 해보며 감탄을 계속합니다. '참 좋은데, 뭐에 참 좋은데' 하며 제품을 주문하라고 재촉합니다. 또 다른 예를 더 들겠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분들이 여러명 나와서 상황극 같은 것을 하며 제품을 보여주고 삶의 혁신 수준에 가깝게 설명합니다. 방송에 나오는 제품은 주로 건강식품, 신선식품. 좀 더 자세히 말하면, 해장국, 굴비, 공진단. 이렇게 말씀드리면 아시겠죠? 몰라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알바로서 이 일이 별로이고, 웬만하면 하지 않기를 전달하고 저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라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됩니다. 고유의 채널이 아닌, 케이블 채널 돌아가면서 수시로 제품을, 일정하지 않게 방송하니 당연히 고객정보가 없습니다. 홈쇼핑은 전화가 들어오면 해당 홈쇼핑 회원이 대부분이라 정보가 확인됩니다. 즉, 상담사가 전산으로 확인된 정보를 고객에게 다시 확인하면 됩니다. 물론 비회원은 상담사가 일일이 확인해야 하지만, 대부분 회원입니다. 그러나! 그곳은 아닙니다. 본인이 어떤 채널을 보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고객이 대부분이고,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을 몰라서 또는 못해서, 어쩌다가 채널 돌리다가 들어오는 고객이 대부분입니다. 아무래도 고연령자, 지방에서 많이 전화가 들어옵니다. 상품명도 정확히 잘 모르시고, '거 방송에 나오는 거' 이렇게 매우 추상적으로 말합니다. 홈쇼핑처럼 방송 스케쥴이 있는 게 아닙니다. 고객에게 일일이 묻고 확인해야 합니다. 귀가 안 좋다, 안 들려가 이름이실까 싶을 정도로 연세 많은 분들이라 확인이 어렵습니다. 어찌저찌 해 상품을 확인해도 배송지 주소 확인 단계에서 살면서 겪지 못한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됩니다. 같은 한국어를 사용함에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오가는 신기하고도 놀라운 세상입니다. 주소를 확인해도 결제 단계에서, 특히 카드번호 확인에서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귀도 안 좋으신데 눈이 좋을까요? 당연히 아니죠. '기다려봐~, 아 이게 8이야 6이야' 이런 말씀이 계속됩니다. 카드번호 확인해도 유효기간에 다시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저 또한 늙어가는 처지라 이해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그 기다림 끝에 남의 탓, 욕이 찾아온다면 참으로 억울하지 않을까요?

이런 과정을 4일간 겪으면서도, 버티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회사도 알텐데, 통화품질평가 항목을 들이밀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알바벅스이기에, 주말에도 딱히 할 일이 없기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던 중, '오주문, 오안내로 인한 교환 반품시 배송비가 상담사 부담이다'라는 말이 한 귀로 흘려가지 않고 뇌에 꽉 박히며 마음에 결심까지 박혔습니다.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배송비까지 물어 가며" 속의 말이 아닌 겉의 말로 하니 교육강사인지 팀장인지, 정체가 명확하지 않은, 통화품질평가 항목 들이밀며 설명하던 이가 놀라더군요.
"교육 중도 포기 아니니, 교육비와 이틀 일한 건 나오나요" 물으니 나온다고 하며 채용담당자에게 확인해보라고 하더군요.
주말이라 채용담당자가 출근을 하지 않아, 바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업무용 휴대폰번호인지 답변이 없더군요. 문자 보내고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다시는 안 할테니 근무시간은 채우고 가자 하며 꾸역꾸역 참아냈습니다. 저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느끼게 해주는 고객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회사에서 다른 소리할까봐 인증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까지도 채용담당자 답변은 없었습니다. 다음날 오전 11시쯤 답문이 왔고, 교육비와 이틀 일한 급여는 다음달에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잘못된 선택이었지만, 돈 받고 알아낸 값진, 아니 2023년 최저 시급보다 못 받았으니, 참으로 값싼 경험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은 이들은 저처럼 값싸고도 신기한 경험을 하지 않길 바랍니다. 세상은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겪어볼만한 경험들이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