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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abucks 알바벅스, 시급인생 알바경험 공유

롯데잠실, 알바하러 갔다.

by 델몬트고모 2023.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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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 올 때, 노 저어야 한다. 이는 일자리가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시험감독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한숨 자고 티브 채널만 왔다갔다 하며 알바몬 공고 검색. 아무래도 평일 오후 알바를 한 주 하지 않은 상황과 병원 진료로 나간  돈 생각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대출 완제 후, 매달 나갔던 삽십여 만 원의 이자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났으나 통장 잔고가 가벼워졌으니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숨만 쉬어도 나갈 돈이 100만 원 이상, 숨 제대로 쉬려면 일해야 한다. 오후와 저녁 알바, 평일에 일을 2개 하고 있지만 주말에 놀 면 뭐하나. 평일에 일할 때는 주말에 쉴 생각만 하지만, 결국 일이 있다면, 그것이 내가 할만한 일이라면 하게 된다. 

 

오전 시험감독 알바는 초반에는 가이드라인을 확인하고 이를 따라야 하기에 신경쓸 일이 몇 가지 있지만, 몸과 마음 모두 편했다. 그랬기에 일할 에너지는 남아 있었다. 

 

사실 당일 급구 알바는 구하기 어렵고 나같은 40대는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도 밑전야 본전 아닌가 하며 알바몬을 찾아보니 철야작업이 보인다. 날밤 세는 일은 하기 싫지만, 하루 하는 것은 괜찮다 싶어 지원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업체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이벤트 행사 세팅 작업. 장소는 롯데잠실. 집에서 거리가 있지만, 2호선 타면 1시간 이내 도착할 수 있다. 그래서 한다고 했다.

 

업체의 단톡방 초대, 공지사항을 확인하며 지하철을 탔다. 8시 40분에 잠실역 도착, 고든 램지 레스토랑에서 담당 팀장을 만나 출석을 체크하고 1시간을 보안실과 교육실을 왔다갔다. 일하지 않고 1시간을 보내는데도 벌써 피곤하다. 역시 나이는 못 속이는 것인가? 하긴 오전에 이미 알바를 하고 왔으니 피곤하기도 하겠지 싶다. 

 

지하 3층 하역장에서 이벤트 사은품을 옮겼다. 사은품 수량에 비해 작업 인원, 즉 알바생들이 많았다. 알바 초짜도 아니고, 적당히 몸 사리는 법을 알기에 천천히 했다. 다들 알바비가 아깝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지 열심히다. 게다가 담당팀장은 천천히 조심해서 하라고 말하는 좋은 사람이었다. 간혹 본인도 을이면서 갑질 하려는 인간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팀장이었다. 

 

팀장은 알바생들 중 내가 가장 연장자로 보였던 것인지, 아님 나의 피곤함이 상대방에게 보였던 것인지 무거운 물건도 대신 들어주고 서서 기다리고 있으면 앉아서 기다리라고 의자까지 내주었다. 

 

1층에서 6층까지, 백화점 VIP 초청 행사가 진행되고 이를 위한 장소와 사은품 세팅 작업. 지하 롯데마트 몇 번 가봤지, 백화점은 가지 않았다. 사고 싶지만 살 수 없는 물건들이 즐비해 아예 보지 않는 것이 편해서 그렇다. 

 

밤새 알바를 하며 백화점 곳곳을 볼 수 있었고 사고 싶은 물건들이 참으로 많다는 걸 느꼈다.

 

이걸 일상용품 사듯이 사는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 나는 왜 그런 사람들에 속하지 않고 이렇게 일을 하고 있을까?

 

별별 생각들을 하며 시간이 빨리 가길 바랬다. 생각보다 일은 수월했고, 대기 시간이 길어 쉴 수 있었다. 업체 담당자을 탓하는 것은 아닌데, 판단 미숙과 결정으로 작업시간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새벽 2시쯤, 연장이 필요하다며 5시까지 일할 수 있는지 물었다. 약속된 시간동안의 시급은 11000원, 연장 시간동안의 시급은 12000원. 여기에 택시비를 실비 정산해준다고 했다. 이왕 온거 10만 원은 벌고 가자 싶고, 택시 타고 편하게 집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한다고 했다. 

 

해가 뜨기 시작했는데 작업은 마무리를 지지 못했다. 5시가 지나자 나의 체력과 의지, 집중력도 바닥이 났다. 무슨 일이 있어도 출근시간이 되기 전에는 가자고 결심했다. 5시 50분이 되었는데도 업체 담당자는 설왕설래. 월요일 아침, 그 어느 때보다 출근시간이 복잡할 것이고 나도 집에 가서 2시간 정도는 눈을 붙여야 오후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작업이 남았음에도 담당자에게 출근해야 해서 간다고 말하고 나왔다. 이미 약속한 시간을 훨씬 많이 넘겼기에 담당자는 미안해 했다.

 

다행히도 택시를 바로 잡았다. 그런데 기사 아저씨는 2번이나 네비 안내를 따르지 못해 유턴을 했고 예상 시간보다 10분 더 소요되었다. 그래도 1시간 내 집에, 그것도 내돈 내지 않고 편안하게 왔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2시간 잠을 자고 다시 정신없이 일하러 갔다. 쉬고 싶었지만 만약 오후 일을 안 간다면, 내가 밤을 세서 알바를 한 수고가 무용지물이라 생각해 꾸역꾸역 갔다. 오후는 버틸만 했는데 저녁 학원 알바는 참 힘들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평소에는 학원비 결제나 학생들 감독정도만 해서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은데 모의고사를 앞두고 시험지 출력과 정리로 쉴 틈이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돈 벌려면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하다보니 집에 돌아갈 시간.

 

대충 씻고 누우니 입출금 알림이 뜬다. 알바비와 택시비가 입금되었다. 피곤이 풀리지는 않지만 내가 버텨냈다는 생각이 안심이 된다. 

 

물 들어올 때, 열심히 노를 저어 땅에 닿은 하루다. 

 

#하루 알바 3개 #롯데잠실 #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