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면 날마다 찾아 오지 않는, 괜찮은 알바, 해피콜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아직 저는 일하면서, 알바하면서 행복한 적은 없습니다. 행복했다면, 돈 벌면서 행복한 일이 있었다면 아마도 제가 시급인생, 알바벅스로 살고 있지는 않겠죠? 그래도 여러 해 겪어본 시급인생살이에 괜찮은 알바도 있습니다. 손으로 꼽을 정도지만, 있으니 한 번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해피콜, 들어보셨을까요? 행복한 전화, 직역하면 그렇죠. 뭐가 행복하다는 걸까요? 전화를 받은 이가 행복하다는 건지, 전화를 하는 이가 행복하다는 건지, 알 수가 없죠. 이런 용어가 영어권 국가에도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영어로 작명하면 뭔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지, 고객센터 운영 및 전화상담 업계는 참으로 영어를 남발합니다. 사물에 존칭 붙이는 것도 좋아하고, 해당 업계에서 돈 벌고 있지만 참으로 이상하고 이해가 안 됩니다. 제가 이해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으니 다시 해피콜 알바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도대체 누가 행복한 건인지는 모를 해피콜. 제가 해보니 전화를 받는 이도 그닥 행복해하지는 않습니다. 당연하다, 귀찮다, 빨리 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당신의 전화를 목놓아 기다리고 있었어요.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나에게 전화해주서 너무 고마워요' 까지는 아니어도, 본인이 필요해서 뭔가를 구입하거나 확인 요청해서 전화를 한 것인데 뭐가 그리 귀찮고 짜증나는 건지 싶습니다. 이런 반응에 당연히, 전화를 한 저도 행복하지 않겠죠. 행복하려고 일 하는 게 아니니, 목적만 달성하면 됩니다. 다행히도 해피콜은 통화가 1분이면 끝납니다. 길면 3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제게 껌입니다. 자랑을 하자면(이런 것이 자랑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나, 통화시간 긴 걸로 자랑을 한다면) 은행 고객센터에서 대출 상환계획을 제게 만들어달라는 식으로 묻고 또 물어 1시간 30분을, 배달 어플 고객센터에서 메뉴와 가격 그리고 수수료 민원 관련으로 피자집 사장님을 2시간 응대했던 저였습니다. 또한 고객정보 확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고객이 본인의 정보를 제공하고 확인해주었기에 저는 본인이 맞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복잡한 전산조회 및 등록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해피콜 리스트 보고 전화를 하면 되고, 전산등록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단순합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는 법. 통화시간도 짧고 복잡한 전산업무도 없어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을 양으로 채워야 합니다. 즉, 통화량이 많다는 겁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고객이 목적을 갖고, 즉 불만 또는 궁금한 사항에 대해 답변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어오는 인바운드가 아닙니다. 왜 다행이냐고요? 나중에 인바운드 관련 알바에 대해서도 자세히 이야기를 할 예정이라 간단히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칭찬하고 싶어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지는 않죠. 불만이 생겼고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을 때, 궁금한데 도통 알 수가 없을 때, 이해 불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찾는 게 뭘까요? 고객센터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얼굴 보고 따지지 못하다가, 생각할 수록 열 받고 참을 수 없었을 때 찾는 게 전화로 하는 고객센터 아닐까요. 그런 고객들의 분노와 욕설, 끝도 없는 또는 해결할 수 없는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하는 게 인바운드입니다. 저는 인바운드의 인을 영어 in이 아닌, 한자 忍, 즉 참아할 인으로 받아들입니다. 인내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인바운드 6년 정도, 지속적으로는 아니지만 6년 정도 했는데 잘 참지 못해 현재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 참을성의 한계인지, 아니면 이거 아니어도 돈 벌 일이 있다고 생각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인바운드는 더 이상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해피콜은 인in이 아닌, 아웃out 입니다. 전화의 목적이 전화를 하는 이에게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면 끝입니다. 고객이 뭔가 요구해도 고객센터로 문의로 돌리면 됩니다. 창과 방패로 비유하면, 전화를 하는 입장이 창입니다. 그럼 방패는요? 인바운드 고객센터입니다. 제가 창이 되어 고객을 공격한다는 것은 아닙니다.아무래도 회사가 짚어준 목표와 목적을 달성해야 저의 업무가 끝이 나고 돈을 받을 수 있으니 민첩하게 확인하고 빠진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객의 질문이나 요구사항이 있다면 고객센터로 돌립니다. 제가 확인할 수도 없고, 확인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확인하려 들다가는 제 시간이 소요되고 제 할당량을 채우기 힘들어집니다. 해피콜 상담사의 업무 영역도 아닙니다. 그러니 인바운드 고객센터가 제게는 방패인 셈이죠.
제목에서 말했듯이, 전화를 하는, 일을 하는 제가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고객들도 그닥 행복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해피콜 알바는 시급도 최저보다는 높은 편입니다. 인센티브도 있습니다. 인센티브 구조는 회사마다 다르기에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일했던 곳의 예를 들면, 우선 1일 할당량을 다 소화하면 제공되는 인센티브도 있고, 보험이나 금융 관련 해피콜은 계약성립 관련 인센티브도 있었습니다. 주휴수당은 해피콜이 장기간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식대도 안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급이 높으면 프로젝트가 단기간이라 주휴수당과 식대는 없었습니다. 시급이 최저시급 수준이면 장기간 프로젝트일 가능성이 높고, 주휴수당이 발생되겠죠.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식대는 프로젝트가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안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간혹 식사를 제공하는 곳은 있었습니다.
여행상품 결제 관련 해피콜, 보험상담 및 가입 관련 해피콜, VIP 고객 선물 발송을 위한 주소 확인 해피콜, 반품 제품 관련 해피콜, 장애 접수 해피콜 등. 참으로 열 손가락 꼽고 다시 셀 만큼 해피콜 알바를 해봤습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알바는 급이 높았던 알바가 아닌, 밥을 사줬던 곳입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시급 높은 알바는 돈이 들어오고 나면 기억이 잘 안납니다. 그런데, 간식도 잘 사주고, 밥도 메뉴 고르라면서 비싼 거 고르라고 해줬던 곳은 오래도록 기억이 나고, 다시 일하러 가기도 했습니다.
금고회사로 유명한 곳이었고 최근 몇 년간 오프라인 영업에서 온라인 영업으로 전략을 바꾸며 홈쇼핑에서 제품을 많이 팔게 되었습니다. 영업전략을 급변경하기도 했고, 회사 역사나 규모에 비해 CS(고객상담) 관련해서는 구멍가게 수준이었습니다. 고객센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영업점 직원 몇 명이 오프라인 온라인 관련 문의사항을 응대하고 있었죠. 해피콜도 포함되어 있어 직원들이 매일 야근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급히 해피콜 알바를 해줄 이를 뽑았고 그게 저였습니다. 저 말고 한 분이 오셨다가(아마도 전화경력이 없으셨는지) 하루 하고 못하겠다고 안 나와는 상황. 이런 힘든 상황에서 제가 갔으니 얼마나 잘해줬을까요? 우선 제가 가자, 알바가 아닌 구세주가 왔다는 듯이 반겨주시며(아마도 이력서의 다양한 전화 알바로) 선생님이라고 절 불러지시더군요. 뭐 제가 20대 어린 나이가 아니기도 했지만, 전화 관련 경력이 많다 보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별도의 고객센터가 없으니 전화 관련 전산 시스템도 없었습니다. 휴대폰 하나와 고객 리스트를 주며 배송지 주소 확인하면 된다고, 하루 할당량도 없었습니다. 정해진 1일 콜량이 없으니 근무기간도 정해짐이 없었습니다. 고객 리스트가 하루만에 확인되면 그날로 끝이라는 뜻이죠. 다행히도 리스트는 많았습니다. 시급은 최저시급이었지만, 전산확인 및 등록할 것이 없었고 이미 결제한 주문에 대한 배송지 주소만 확인하면 되는 단순 업무였습니다. 배송지연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도 있었지만 결제 취소하면 그만이었습니다. 오히려 회사는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해 결제 취소에 대해 민감하기 보다는 다행이라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이상한 것을 묻고 요구하는, 흔히 말하는 진상 고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리스트에 나온 주소 확인하는 쉬운 업무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일을 좋게 기억하고, 다시 일하러 몇 번 갔던 것은 이 때문이 아닙니다. 제게 간식을 권하고, 점심 때면 비싸건 먹으라고 메뉴 선택권까지 주던 직원들 때문이었습니다. 목소리가 좋다며 자기들이 배워야 겠다며 칭찬도 아까지 않아 제가 약간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그저 시간 때우고 돈 벌러 온 저로서는 칭찬과 배려를 기대하지도 않았고, 주말 직장에서 팀장이라는 관리자의 감시와 질책 그리고 고객들의 끊임없는 요구사항과 불만에 화가 많이 나 있던 저였기에 참으로 낯선 광경이었습니다. 그 낯선 친절과 배려에 계속 알바가 들어오면 즐거운 마음으로 갔습니다. 일 하러 가면서 오늘은 뭘 먹을까 하면서, 주객이 전도된 마음으로 갔습니다. 나중에는 직원 제의까지 들어왔으나 거절했습니다. 다른 곳 취업했다고 말은 했지만 사실은 제가 직원이 되었을 때, 회사의 일원이 되었을 때도 저를 인정해주고 배려해줄까 싶었습니다.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끔 와서 자신들을 도와주기 위해 오는 사람일 때와 자신들의 일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각자의 업무를 맡고 해야 할 직원으로서 저는 엄연히 다른 것이니까요.
직원 제의에 대한 거절이 다른 곳 취업이었으니 당연히 여기 일은 다시는 못했습니다. 가끔 알바공고에 해당 업무가 올라오면 아쉬움보다는 '여전하구나, 여전히 전담 부서가 없구나' 하며 제가 거절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절 인정해주고 먹는 것으로치사하게 굴지도 않고 오히려 베풀었기에 좋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돈 벌기 위해 하는 일이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가혹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전생에 뭔 죄가 많았나, 나는 이것밖에 안되나...치욕적인 순간을 만나기도 하고 스스로를 죄인으로 몰고 가기도 합니다. 다 겪어봤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최저 시급 보장되고 칭찬과 인정까지는 아니어도, 일 하러 온 사람, 춥고 배고프고 서럽게 만들지는 않는 곳에서 일하기를 바랍니다. 알바 하면서, 일 하면서 행복하지는 않아도 업무가 단순하든, 먹을 것을 잘 주든, 위안이 되고 좋다고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게 하나라도 있는 곳에서 일해도 돈 벌기는 힘드니까요.
해피콜, 저는 단순해서 행복까지는 아니고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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