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2 ~ 3개의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1억 8천의 부동산담보대출, 농협에서 연말에 한시적으로 한달간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해 이때 1억 500만 원을 상환했습니다. 9천만 원이 주식에 있어 더 이상 돈이 없었습니다. 아니 제가 김치국을 많이 마셨기 때문입니다. 또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혜택이 있을 것이라는 김치국. 그래서 정기예금 3천만 원과 적금을 부었습니다. 다시 올 것 같지 않은 고금리 시대가 와 버는 족족 적금과 정기예금품차돌리기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대출금리도 쑥쑥 올랐으니까요.
7천 5백만원의 대출금과 약 2년의 대출기간. 머리와 마음은 온통 이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밤을 세우는 심야 전화상담, 주말 공휴일에도 일, 평일에도 4시간 정도의 알바. 많을 때는 4개의 일을 했고 날밤 세우고 바로 다른 일터로 가 일, 이틀에 한 번 자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일을 많이 해 급여도 많았습니다. 억대 연봉은 아니고 이렇게 일할 때는 한달 500만 원 조금 넘게 번 것 같습니다. 일하고 밥 먹고 잠 자는 일 외에는 하지 않으니 대부분 저금.
중간에 대출금을 일부 상환할까 많이 고민했지만 대출금리(다시 안 올 저금리 3%대)가 예금금리(다시 올까 싶은 6 ~ 10%대)보다는 낮고 세 놓은 집의 전세금 반환도 생각했기에 버는 족족 저금했던 때입니다.
그러나 변동금리였던 대출은 올해 들어 5%대. 감당할 수 있었지만 상환시기가 가까워져 오니 참으로 스트레스가 되었습니다. 마침 세입자가 전세연장을 해 반환에 대한 부담도 덜 해져 조기상환을 했습니다. 수수료가 발생했지만 갚고 나니 속 시원했습니다. 직접 근저당 말소등기까지 마치고 나니 제 자신이 참으로 대견했습니다.
그런데 대출 완제후 저의 마음이 변했습니다. 1억 8천만 원을(이자까지 하면 더 많은 금액) 3년안에 다 갚고 나니 압박, 돈과 일에 대한 간절함이 덜 해졌습니다. 체력도 예전만 못한 현실도 뼈저리게 느끼며 밤일은 더 이상하지 않기로 해 심야일을 자의반 타의반 관뒀습니다.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에 끝나는 주말일도 관뒀습니다. 사실 이 일은 관둘 생각보다는 업무환경 개선이 되면 계속 할 생각이 컸는데 회사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아 결국 끝나버렸습니다. 일 잘 한다고 칭찬해주고 개선해준다고 약속한 대표가 참으로 야속했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저도 자존심이 있어 약속 안 지키면 일 못한다고 나왔습니다. 그렇게 일 2개를 잃고 평일 주간 알바 1개만 했습니다. 일종의 전화영업이었던 주간 알바가 잘 되어 300만 원 넘게 벌었습니다. 밤에 잠도 자고 주말에도 쉬니 참으로 좋았습니다. 대출금도 없으니 아주 조금, 행복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평일 주간 알바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5일, 1일 4시간씩 일했던 알바가 3일로 줄게 됐습니다. 근무시간이 줄면 그만큼 수입도 줄어드는 상황, 저는 고용주가 아닌 고용인이니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근무시간과 수입이 주니 다른 일을 찾아야 했습니다.
다행히 평일 저녁과 주말 알바를 구했고 일과 급여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러나 3개의 일 모두 4대 보험이 안 되니 불안과 부담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저의 근무시간을 줄인 평일 주간 일터에 대한 불만이 목구멍까지 차 올라 4대보험 되는 일자리를 찾기 시작해 현재 평일에 일하는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평일 저녁과 주말 알바까지, 3개의 일을 하면 400만 원은 벌 수 있어 여유까지는 아니어도 돈걱정은 안 하겠다 싶어 이렇게 일하며 평일 오후 알바를 찾아보자 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평일 저녁과 주말 알바가 한달 차이로 연달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평일 주간 일은 종전의 근무시간 오전 8시부터 정오까지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변경, 오후에 다른 일을 하기에는 애매하고 난처하게 된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 1개의 일만 하게 되었습니다. 일이 3개에서 1개로 줄었으니 돈이 안 모입니다. 부모님 이사갈 집 인테리어 비용 다 드리지는 못해도 엄마의 소원 한샘 주방은 제가 해드리고 싶은데 벌어서 생활 유지하기도 빠듯합니다. 요새 살이 빠져 사고 싶은 옷과 신발, 가방도 많아 더 고민입니다. 이러니 돈이 간절합니다.
돈이 간절한 이때 생각나는 건, 알바. 저는 취미가 없습니다. 돈 드는 취미는 없습니다. 돈 안 드는 걷기와 글쓰기, 돈 버는 알바가 제 취미입니다.
돈과 알바가 간절하지만, 체력이 이제는 그 간절함을 따라주지 못 해 쿠팡을 비롯한 물류센터 일은 못합니다. 가면 버티겠지만, 그 버팀이 제게 돌아오는 돈보다 큰 고통으로 돌아와 하지 않습니다. 몸도 힘들지만 제 스스로가 비참함을 느끼는 것이 싫습니다.
치과 기구 소독 알바와 아동복 촬영 어시스턴트 알바. 그리고 오늘은 피아노콩쿠르 접수 안내 알바. 이번 달은이렇게 드문드문 알바를 하며 주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선 알바가 잘 구해지지도 않고(나이 제한, 젊은 사람을 선호하는 옳지 못한 구인 현실) 독일에서 온 조카와 놀기, 부모님 이사 준비 등 주말과 평일 저녁 시간을 비워야 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알바는 이전에 했던 일에 비하면 쉽습니다. 에어컨 안 나오는 장소에서 홀로 콩쿠르 참가자와 가족들에게 접수 안내하고 주차권 팔아 목이 아프지만 앉아 있을 수 있고 화장실 편히 갈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단팥빵 2개와 두유까지 주니 더 괜찮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바쁘고 혼자서 여러 사람 응대하다 보니 시간도 잘 갔습니다. 현금 8만 원. 일 끝나고 바로 주니 만족도가 쑥 오릅니다. 알바로 돈도 벌고 애정하는 단팥빵까지 먹으니 행복합니다.
행복의 여파로 집에 돌아와 청소와 세탁기 돌리기, 옆동네 동생집 문앞 에 간식 놓고 가기, 쓰레기 버리기, 샤워까지 무사히 마치며 슬기롭고 생산적인 하루를 보낸 제 자신을 칭찬합니다.
그리고 바라옵니다. 앞으로는 알바 찾지 않고 주말이면 어김없이 갈 일터가 곧 생기길. 취미알바가 일상알바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일해서 힘든게, 놀아서 돈 걱정하는 것에 비교되지 않을 만큼 마음이 편하니까요. 단 적당히 힘들어야 합니다. 뭐든 적당히가 몸도 마음도 인생도 편하다고 봅니다. 저는.
단팥빵 2개 중 1개만, 일 끝내고 집에 가서 씻고 먹으면 더 맛있어서 1개는 안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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