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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커피에 적응은 했지만 참으로 맛없다고 생각했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가 만들어지는 커피 기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따로 카누 아메리카노와 종이컵을 챙겨가야 하는, 열악한 일터. 캡슐커피와 끈적끈적하고 인공적인 향이 강한 아메리카노만 제공되는 커피 기계. 그간 내가 일해왔던 일터의 커피는 라떼가 없었다. 라떼에 목숨은 아니어도 하루, 삶을 의지하는 사람으로서 라떼가 만들어지는 커피 기계를 회사 탕비실에서 만나자 기쁨을 감출 수 없어 혼자 웃었다. 쿠키와 과자들도 있었지만, 이건 다른 일터에서도 수시로 만났고 더 낫지는 않아 감동을 주지는 않았다. 벅찬 가슴을 진정하고 라떼 버튼을 꾹 누르고 지켜봤다. '맛이 어떨까? 맛있어야 하는데, 제발!' 속으로 주문을 외우며 라떼가 내려지길 기다렸다. 원두 갈리는 소.. 2023. 10. 17.
스스로 죽음을 택한 누군가 학폭,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넘어가는 시대의 나에겐 학폭은 없었다. 학폭이라는 잔인성이 없었을까? 따돌리고 뺏고 때리고, 있었다. 그러나 잔인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싫어서 같이 놀지 않을 뿐이었다. 싫으면 말지 왜 때리고 괴롭힐까? 과외로 돈 버는 것과 군대 가는 것 외엔 관심이 없던 대학 시절 제외하고, 학교 생활 동안 공부 외엔 관심이 없었다. 안 되는 머리와 학교 가기도 빠뜻한 형편에 공부 잘 하려고 악을 썼다. 그래서 친구는 없었다. 괴롭히는 애들도 없었다. 그러나 날 싫어하는 애들은 있었다. 좋은 성적 얻으려고 나서는 경향이 있었던 날 싫어하는 애들이 가끔 화장실에서 만나면 바닥에 침을 뱉으며 위협을 줬다. 등에서 땀이 났지만, 약한 모습 보이면 더 할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이 나.. 2023. 10. 11.
바다수영을 하다가 죽는다면 번아웃일까 싶다가도 몸과 마음 불싸르며 뭔가를 했던가 싶어 그건 아니다 싶다가도 1억 넘는 부동산담보대출 갚느라 밤잠 안 자며 돈 번 기억이 떠올라 번아웃인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현재는 의욕이 없다. 먹고자 하는 의욕만 충만할 뿐, 이외에는 그저 그렇다. 허리도 아프고, 사춘기 때도 안 나던 뾰루지인지 여드름인지 뭔가가 얼굴에 나니 무념무상이다. 신체적 변화가 오면 아무 생각이 없다. 생각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 그런 것 같다. 디스크 문제라 생각하고 신경주사를 맞고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으며 부지런히 실비 보험 청구까지 했건만 나의 허리 뒤쪽은 쑤시다. 의사라고 다 아는 게 아니고(본인들 전공이나 자신있는 쪽으로만 생각하고 치료하는 경향이 있다 의사들은, 그래서 의심해야 한다) 나아질 기미가 없어 병.. 2023. 10. 5.
어쩌다가 태어났고 어떻게든 살아보길 제 의지대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태어나서, 태어나길 잘 했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습니다. 왜 태어났을까? 기억나는 어린 시절부터 이런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언니는 엄마와 아빠의 첫 아이니깐 낳고 싶었을꺼야. 동생은 남자이니깐, 아들이 필요했으니깐 반드시 태어나야 했어. 그런데 나는? 나는 왜 태어났을까? 언니와 동생만으로도 충분한데. 어렸음에도 나의 필요성과 목적에 대해 속으로 많이 생각했습니다. 입밖으로 끄낸 적은 없습니다. 그렇게 했다가는 너 필요없으니 나가라고 할 것 같아서요. 내가 태어나지 않아도 될 아이라고 스스로 생각했기에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튀는 행동을 했던 것 같습니다. 동네 수재 소리 듣던 언니를 뛰어 넘지는 못해도 공부 못한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노.. 2023. 9. 26.